"기숙사비 내려고 아르바이트까지"

2015-10-29 11:36:45 게재

증가한 민자기숙사가 견인

주변 원룸보다 비싼 곳도

서울지역 사립대 학생인 김 모씨는 지난 학기 학교 민자기숙사를 이용하느라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가 들어간 기숙사 2인실의 한 달 이용료는 36만원이다. 주변 자취방 월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집은 지방이라 다른 대안도 없었다. 그는 기숙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로 장학생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만 했다. 김씨는 "비싼 기숙사비 탓에 근로장학생 아르바이트까지 신청하며 하루 6시간 이상 꼬박 일을 해야 하는 처지"라며 "대학의 기숙사가 더 이상 대학생의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숙사에 배정받은 학생들 중 상당수는 비싼 기숙사비로 다시 한번 좌절감을 맛본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민자기숙사는 주변 원룸보다 사용료가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용료가 꾸준히 증가한 기존 기숙사들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해 국내 대학의 기숙사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기숙사비는 1인실 28만7000원, 2인실 18만원, 3인실 14만4000원, 4인실 이상 13만7000원으로, 2012년에 비해 소폭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립대의 기숙사비는 국립대보다 1인실은 8만6000원, 2인실은 5만5000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인실 기준 기숙사비 상위 50개교를 보더라도 2곳만을 제외하고 모두 사립대학다.


학교별로는 2인실의 경우 대전가톨릭대가 51만3000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38만8000원), 건국대(36만3000원), 서강대(35만7000원), 동국대(34만8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기숙사비는 수도권소재 사립대학의 기숙사비가 지방보다 전체적으로 비쌌고, 서울지역 대학이 지방대학보다 최대 16만1000원(1인실 기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관점이 문제 =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비싼 기숙사비를 민자기숙사가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자본이 투입되어 건립된 기숙사가 일반적인 대학 소유에 비해 높은 기숙사비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민자형태가 최소 7만 원(3인실)에서 최대 15만2000원(1인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민자형태로 2인실을 보유한 52개교(국립 32개교, 사립 20개교) 중 상위 16개교가 모두 사립대학이다. 이 중 12개교가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나타나 비싼 민자기숙사의 상당수가 사립대학과 수도권 위주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별로는 2인실 민자기숙사비의 경우 연세대(42만9000원), 고려대(38만7000원), 건국대(36만3000원), 동국대(34만8000원), 한국외대 용인캠퍼스(33만원) 등의 순이었다.

민자기숙사는 2005년 일자리창출,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민자 유치 교육시설 관리 지침'을 배경으로 도입됐다. 대학에 기숙사, 문화시설 등 직접적인 교육시설이 아닌 공간에 민간투자가 허용된 것이다.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정부는 각종 세제혜택 지원을 했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들은 새로운 기숙사 공급방식으로 민자기숙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기숙사가 추가로 신축되는 데도 여전히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한 토론회에서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겠다고 도입한 민자기숙사는 값 비싼 기숙사가 되어 다시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라며 "민자 기숙사는 학생들의 주거 안정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도입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학교가 최종 이용자가 그 건물의 비용을 책임지는 수익형 민자기업으로 기숙사를 건립했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비용을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부담시키는 기이한 구조가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숙사비 산정 기준 의심 = 또한 서울 주요대학의 기숙사비(1인실)를 주변 원룸 시세와 비교한 결과, 절반이 넘는 학교의 기숙사비가 원룸비보다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연세대 기숙사비(월 62만원)는 주변 월세(평균 42만원)에 비해 무려 20만 원이나 비쌌고, 고려대(50만2000원)도 주변 원룸(38만원)보다 12만2000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한양대, 경희대 역시 주변 시세보다 2.0~16.5% 비쌌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기숙사의 건축에 학교 내 부지가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대학 기숙사비가 합리적으로 산정된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현재 대학 기숙사가 비싸면서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것은 대학생 주거복지에 대한 부실한 정부 정책과 학교 측의 관심 부재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부족한 기숙사, 비싼 기숙사] 55만명, 학교 밖서 거주지 찾아
- 기숙사 밖 대학생 주거비 월 평균 최소 34만원
- 사회 곳곳서 주거비 낮출 대안마련 나서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