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순애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 소장
"청소년 인권교육 의무화시켜야"
알바 중고생 30% 달해 … '13세 여공' 체험 살려, 성희롱·임금체불 고통 상담
10일 서울 신촌에서 만난 신순애(62)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 소장의 말이다. 그는 12일 문을 여는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 초대 소장을 맡았다.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열세 살 여공의 삶'의 저자로도 유명한 신 소장은 1970년대 '청계피복노동조합'에서 노동운동을 치열하게 한 이력답게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권에 먼저 눈을 돌렸다. 그는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 첫 사업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체불임금과 성희롱 상담 사업을 할 계획이다. '열세 살 여공의 삶'은 13세에 청계천 평화시장의 작은 봉제공장 시다로 취직한 여공이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주체적인 노동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1970년대 노동운동을 여성 노동자의 시각으로 정리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내 아이? '우리' 아이를 잘 키워야"
"1997년 탁틴내일과 처음 만났어요. 제가 딸만 둘인데, 둘째가 중학교 1학년 때 '엄마, 남자랑 자면 아이가 생긴다는데, 나는 아빠랑 잤는데 왜 아이가 안 생겼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죠. 성에 대해서 아이들이 무지한데, 그것을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성교육을 제대로 할 방법을 찾던 중 청소년 대상 성교육의 메카인 탁틴내일의 문을 두드리게 됐죠."
신 소장은 탁틴내일에서 성교육 교사 연수교육을 받으면서 청소년 문제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그는 "내 딸만 잘 키울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을 함께 잘 키우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살았다고 회고했다. 탁틴내일에서 성교육 교사 연수교육을 받은 뒤 청소년 성폭력 피해 상담가로도 활동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요즘 10대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환경은 1970년대 우리가 파리 목숨이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월급을 받으러 가면 사용자가 '돈이 없으니 보름 있다가 와라'라고 해서 기다렸다가 가면, 그때는 '사장이 없다' 등의 핑계를 대며 또 미루죠. 당장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쫓아다닐 수도 없고…. 결국 자포자기가 되어 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아직도, 그것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으니 분노할 수밖에요."
실제로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청소년 근로권익보호를 위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점검업소 197곳 중 37.1%인 73곳에서 노동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10곳 중 3곳은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7월 21~24일 전국 24개 지역의 청소년 고용업소들(일반음식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을 점검한 결과다. 이는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을 해본 적이 있는 중·고등학생이 전체의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자본이 아닌 인간존중 사회 꿈꿔"
"아직 활동 초기라 맨 땅에 헤딩하는 셈이죠. 우선 청계노조 활동 경험을 살려, 직접 아르바이트 비용 체불 업체를 방문하는 등 못 받은 임금을 받아주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나아가 청소년 인권교육 의무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운동까지 함께 펼칠 계획이죠."
법률자문단이 있기는 하지만,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의 전담 인력은 신 소장까지 단 둘 뿐이다. 예산도 전무한 상황. 하지만 신 소장은 "하면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청계노조는 1970년 11월 13일 고 전태일 열사가 분신자살을 하면서 치열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청계노조는 1980년 단체협약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고 옥상 시위 12일 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1970년대 당시 노조라는 용어조차 모르던 사람들도 '평화시장 옥상에 있는 사무실(청계노조)을 찾아가면 떼인 임금을 받아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우선 '노동'이라는 표현에 대한 아이들의 거부감부터 없애려고 합니다."
신 소장은 "처음이 어려울 뿐 변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탁틴내일이 청소년 성교육을 전파하기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아무도 청소년 성교육이 의무화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지 않냐"며 반문했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흡수력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처음이 어려울 뿐, 누군가가 시작을 하면 스펀지처럼 흡수를 해서 바뀌죠. 청소년 인권운동이 확산되어, 자본이 아닌 인간 존중의 사회가 되면 우리나라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탁틴내일 청소년인권센터 전화상담번호는 02-335-0017(청소년 법정근로 1일 7시간이라는 뜻의 번호)이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받을 수 있으며, 면접 상담도 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탁틴내일 홈페이지(www.tacteen.net)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