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곳곳서 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부천, 의장 자녀 특혜채용 시비
안양 등 시장 처조카 채용 논란
행정안전부가 최근 지방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에 나선 가운데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단체장·의장 등의 자녀 또는 친인척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 채용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7일 부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부천시 시설관리공단에 근무하는 A씨 채용과정을 놓고 최근 시의회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시의회 의장을 지낸 B의원의 아들이다.
서헌성 부천시의원은 최근 두 차례 시정질문을 통해 A씨가 2013년 1월 단독으로 채용돼 2년 뒤인 2015년 1월 유일한 정규직 전환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의심된다며 감사관에게 조사를 요구했다. 서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2012년 11월 5일 동네체육시설팀 신설을 위해 기계 분해·조립 및 용접 경력소유자 8급 2명을 충원하는 내용의 공문을 시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인원이 1명으로 줄고 경력요건도 빠졌다. 당시 지원자는 3명이었는데 2명은 당초 요구된 경력을 갖춘 지원자였고, 나머지 1명은 관련 경력이 전무한 A씨였다. 그러나 A씨는 면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채용됐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A씨는 정확히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서 의원은 "채용과정도 의문이지만 2011년, 2012년부터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들도 있는데 딱 한사람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당시 면접에 참여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심사에 들어가기 전 A씨가 어느 의원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증언도 확보했는데 공단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만 해 조사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의원은 "아들이 과거 수도검침원으로 2년 일을 했는데 정규직이 안돼 경력도 있고 하니 나중에 산하기관에 공고가 나면 지원해보라고 했을 뿐"이라며 "본인의사로 지원해 채용된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부천에서는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시금고은행에 또 다른 전직 의장의 딸이 취업한 것을 두고 청탁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양에선 이필운 안양시장의 처조카 채용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최근 수석대변인 논평을 내 "안양문화재단은 2015년 육아휴직 대체인력 모집에서 전문경력을 갖춘 응시자를 제치고 무자격자가 채용됐는가하면, 올해 같은 분야 전문직 7급 채용에서 특정인을 위한 맞춤형 응시자격을 제시해 논란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최종 합격한 당사자는 이 시장의 처조카 조 모씨인데, 공기업이나 재단·출연기관 1년 이상 근무,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가 아닌 '수료자'를 자격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조씨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청년당원 모임 안양민주넷은 최근 비리의혹을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이 시장측 인사는 "채용논란이 일자 처조카가 채용을 포기한 상태이고, 시장이 감사원 감사를 자처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의회와 정당이 나서 정쟁화하고 있다"면서 "감사원이나 경찰에 진정을 냈으니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인근 C시에서도 시장의 처조카를 비롯한 친인척 3명이 시 산하 공공기관에 채용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공기관에는 시장 부인의 친언니 딸 D씨가 근무하다 채용의혹 등이 불거지자 퇴사했고, 또 다른 친척 E씨와 F씨는 현재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씨는 시청에서 비정규직 실무원으로 2012년부터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후 지난 4월 해당기관에 공채로 채용됐다. 본지는 지난 1일 해당 지자체 홍보부서와 시장에게 정식으로 사실관계 확인 등 해명을 요청했지만 회신이 없는 상태다.
한편 전국통합공무원노조는 7일 성명을 내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 토호세력 간 유착관계를 형성,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채용 시 연줄·선거공신·금품채용 의혹 등 채용비리가 만연해 있다"며 공공기관은 물론 지자체 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및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