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처음 만나는 페미니즘
유쾌.상쾌.통쾌한 페미니즘 지침서
최근 쏟아져 나온 페미니즘 도서 가운데 가장 덜 심각한 책이 아닐까 싶다. 덜 심각하다고 해서 덜 진지하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여성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대부분 페미니즘이 필요한 순간)을 다루지만 화법이 심각하지 않을 뿐이다.
가끔은 책을 부여잡고 킬킬거릴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을 빌어 ‘다른 성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평등을 믿는 것’이라고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를 제시한 후 “음... 눈을 씻고 봐도 어디에도 남성 혐오라는 말은 없는데? 아니면 털복숭이 다리라든가?”라며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페미니즘은 세상의 어느 단어보다도 편견에 시달리는 단어이자 뚱뚱하고 못생기고 털을 밀지 않는 못난이 여자들만 믿는 사이비종교처럼 거론되는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주류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페미니즘은 죽었다’ 류의 기사에 대해선 이렇게 되묻는다. “(죽었다면서) 왜 죽은 것을 또 다시 죽이려고 저 난리들인 거지?” 여성들이 관련된 모든 것이 다 페미니즘 탓인 것처럼 떠넘기는 주장에 대해선 “가정을 망치는 것도 페미니즘이고, 남자들이 여성화되는 것도 페미니즘 책임이란다. 마이클 잭슨이 부당하게 공격받은 것도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거나 이름만 대시라. 페미니즘이 원흉이다”라고 신랄하게 맞받아친다.
저자는 마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내뱉어서 가끔 곤란하긴 하지만 뒷끝이 없어 편하고 털털한 친구같다. 처녀성의 신화, 성폭력, 피임과 낙태 논란, 강간문화 등 다루는 주제는 만만치 않은 것들이지만 친구와 수다 떨듯 편하게 넘길 수 있다.
“‘내가 딱히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말이야’라고 말을 시작하는 건 이제 제발 관두지 그래? 미안하지만 솔직하게 말할게. 너는 뼛속 깊이 페미니스트 맞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