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금융교실
여름휴가와 여행적금
여름휴가 시즌이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로드무비 '기쿠지로의 여름'은 매년 여름이 되면 생각이 나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찾아왔지만 전혀 즐겁지 않은 아홉 살 소년이 있다. 친구들은 가족과 여름휴가를 떠나버리고 함께 사는 할머니는 일 나가시느라 바빠서 외톨이가 된 탓이다. 그래서 소년은 먼 곳에 돈 벌러 떠난 엄마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여행길에서 우연히 철없는 아저씨(기쿠지로)와 동행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발전한다. 그리고 함께한 여행은 두 사람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애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낯선 곳에 대한 정보도 구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여행은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쟁과 기근,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 어쩔 수없이 먼 길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즘 여행은 설렘으로 기다려지는 즐거운 '떠남'이다.
특히 요즘은 휴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해외여행'일 만큼 여름휴가를 외국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가 어렵다는 데도 해외여행객은 매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휴가시즌이 되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마다 북새통을 이룰 정도다.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해외여행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에 121만여명이었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숫자로 보면 2명 중 1명꼴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보다 안전하고 알뜰한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출발에 앞서'계획'이 필요하다. 행선지를 정하고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숙소와 일정도 미리 챙겨야 한다.
해외여행객 매년 최고 기록 경신
무엇보다 여행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지를 따져보면 여행의 즐거움보다 스트레스가 앞설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의 고수들은 한꺼번에 목돈을 들이는 게 아니라 미리미리 여행비용을 준비한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 법이다. 요즘 은행들이 높은 금리에다 여행(상품)할인·환전수수료 우대 등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부가혜택을 제공하는'여행적금'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우리은행 <웰리치100여행적금>은 적금 가입기간 동안에는 모두투어상품에 대해 5%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신한은행의
도 모두투어의 제주도 및 해외패키지 여행상품에 대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여행시 환전수수료 우대라는 덤도 따라온다.
KEB하나은행의 '나의 소원적금'은 소원에 따라 원하는 목표금액을 설정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데 10가지 소원목록 중에서'여행'을 선택하면 된다. 'KB리브와 함께 매일매일적금'은 생활금융플랫폼 리브(Liiv) 전용상품으로 '닥터 파이'(Dr. Pie) 등 저축을 함께할 캐릭터를 고른 다음 '내 캐릭터에게 리브머니 보내기'를 통해 공인인증서 없이도 쉽고 빠르게 저축할 수 있다. 저축한 일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저축하면 우대이율이 늘어난다. 또 해외여행에 필수적인 환전을 비롯해서 환율계산기 등을 이용해 빙고게임에서 한 줄을 완성해도 우대이율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신용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여행을 가기 위해 적금을 붓는다면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할부로 간 여행과 적금으로 간 여행
하지만 신용카드(할부)로 다녀온 여행과 적금을 부어서 다녀온 여행에 대한 만족감은 하늘과 땅 차이다. 힘들게 모은 돈일수록 더 애착이 가는 법이다. 당연히 소비에 신중을 기하게 되고 짜임새 있게 쓰게 된다. 무엇보다 저축하는 내내 즐겁다. 적금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을 보면 목표에 한발 짝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때로는'당장의 즐거움'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즐거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더욱 사람들을 달뜨게 만드는 법이다. 요즘 '여행적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여행적금에 가입할 때는 통장의 이름을 지우고 대신 목표를 적어보자. 예를 들면 '6개월 후 제주도 여행비용', '1년 후 하와이 여행비용' 식이다. 이렇게 하면 적금을 붓는 일은 고달픈 의무가 아닌 여행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행의 산뜻한 첫출발을 여행적금 가입으로 시작해보자.
박철 KB국민은행 인재개발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