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워라밸 이끄는 강소기업 '㈜이지서티'

기업 가치 높여야 진정한 워라밸 가능

2018-06-28 10:56:56 게재

보수적 업계 풍토 속 복지개선 노력 … 기업공개 추진, 워라밸 강화 계기 삼을 것

'행정안전부는 26일 하나투어, 한국타이어, 한국관광공사, 탐앤탐스 등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한 20개 기관의 이름을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관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192개 기관 중 과태료 1000만원 이상이 부과된 기관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개인정보 노출 관련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해킹에 의해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 폭락 등 곤혹을 치렀다.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업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정작 일반에게 알려진 기업은 별로 없다. 개인이 아닌 기관 거래가 주를 이루는데다 고객사는 물론 납품회사도 정보 노출을 꺼리는 보안업계 특성 때문이다.

이지서티는 이같은 업계 풍토 속에서 자체 개발한 다수의 원천기술과 투명한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전문기업이다. 방문 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 정보를 남기게 되는 대다수 공공기관 사이트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이지서티의 제품과 기술을 사용한다.

이지서티는 우수 사원들에 대해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연수 중인 직원들이 동료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이지서티 제공


대기업에 다니던 세 명의 엔지니어가 창업한 이지서티는 올해로 17년된 개인정보보호 전문기업이다. 국내에선 드물게 개인정보보안 한 분야에만 집중했다. 이지서티의 주요 경쟁력은 원천기술 보유에 있다. 개인정보접속기록, 개인정보필터링, 개인정보비식별조치 등 다양한 솔루션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니 로열티(기술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됐고 이는 17년 연속 흑자라는 경영성과로 이어졌다.

이지서티는 청년 고용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매년 8~10%씩 직원 수를 늘려가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구로구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시가 선정하는 일자리 우수 서울형 강소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복지제도, 쉽게 쓸수 있느냐가 중요 = 기술력과 일자리 외에 이 회사가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일·생활균형 기업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IT업계 중에서도 보안업계는 보안이 강조되는 탓에 경직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복지제도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심기창 대표와 경영진은 업계와 구로 디지털단지 내에 만연한 장시간, 저복지 근무 환경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인재가 자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시 되는 기업 환경도 이같은 노력을 기울인 배경이 됐다. 구로동 본사에서 만난 한 직원은 "다른 회사에 비해 복지제도가 유별나다고 할 순 없지만 제도 이용에 있어서는 직원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지만 제도가 있냐 없냐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느냐"라면서 "다른 회사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연차휴가를 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필요하면 내년 연차를 당겨쓰는데도 불편이 없어 많은 직원의 연차 잔여일수가 마이너스"라며 "신혼여행도 회사 배려로 2주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특별한 제도는 없지만 사실 다른 회사가 하는 것은 대부분 실시하고 있다"며 "탄력 근무제, 우수사원 해외 연수 등 나름 체계적인 직원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복지도 꾸준히 제공한다. 신입사원과 기존 사원은 멘토와 멘티로 엮여 있다. 이들을 위해 매월 두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문화활동을 지원한다.

잦은 이직은 IT업계에 보편화된 현상이다. 회사가 성장하면 직원의 경력이 함께 좋아지면서 오히려 경쟁 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곤 한다. 외형적 성장만으로는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 추진이 그것이다. 기업공개가 이직률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질문에 양동일 이사는 "보여주기 식이나 외형 확장용이 아닌 직원을 위한 기업공개를 준비할 것"이라고 딥했다. 양 이사는 "현금성 복지나 눈 앞의 혜택보다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복지제도나 워라밸 수준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외형 확장, 자금 확보. 스톡옵션 등을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한다. 하지만 이지서티는 기업공개를 폐쇄적인 업계 풍토를 개선하고 무엇보다 직원의 복지수준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다르다. 기업공개의 목적이 '밖'이 아닌 '안을 향해 있는 셈이다.

양 이사는 "탄탄한 납품처, 풍부한 현금 흐름 등 경영 환경이 넉넉한 편이지만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이유는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력만이 아닌 워라밸에서도 업계를 선도하는 모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라밸 이끄는 강소기업들 연재 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