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대 교수 '특별한 서울의 추억'

2018-11-05 10:40:55 게재

도시관광총회서 심장마비

시 응급조치로 건강회복

"지난번 한국에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한국에 대한 너무 좋은 기억으로 향후 중국과 한국 교류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에 최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국립산둥대학교(웨이하이) 국제교류처. 지난 9월 서울 중구 장충동2가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세계도시관광총회에 참석했던 콩 하이엔 처장이 체류기간 서울시에서 받은 '특별한 선물'에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9월 열린 세계도시관광총회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에 응급조치를 시행, 환자가 건강하게 회복했을 뿐 아니라 서울 관광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콩 하이엔 중국 산둥대 국제교류처장이 옥효정 실장, 이 뤠 서울시 관광체육국 주무관과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국제연합 세계관광기구(UNWTO)가 주최한 도시관광총회는 미래 관광을 위한 도시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서울시에서 열린 첫 관광 관련 국제행사로 17개국 장·차관급 인사를 포함해 세계 22개 도시 대표단, 6개 국제기구, 4개 글로벌 기업과 아시아 4개 관광대학에서 953명이 참여했다.

행사 이틀째인 9월 17일 11시. 개막식이 끝난 직후 사고가 발생했다. 콩 처장이 갑자기 쓰러졌고 몇분만에 호흡도 멎었다.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현장에 배치했던 이희진 간호사와 행사운영 대행사 이지피엠피 옥효정 실장, 정슬아 대리 등 관계자들이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곧 119 구급대가 도착, 자동심장충격기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환자는 10여분만에 호흡을 회복했고 가까운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심장은 뛰고 있지만 의식이 없어 뇌사가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병명은 급성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 머리와 심장 CT 촬영과 긴급 혈관시술 이후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서울시도 국제행사를 치르는 동시에 긴박하게 움직였다. 배우자와 학교 관계자가 속히 입국할 수 있도록 현지 영사관에 비자발급 공문을 보냈고 관광체육국 공무원들이 가족처럼 수시로 병실을 찾고 보호자·의료진과 면담을 진행했다. 간호를 위한 산둥대 관계자 숙박 지원, 의료비 감면에도 도움을 주었다. 중국어 통역 한슬기(25)씨는 의료진과 소통을 위해 사흘간 회의장과 병원을 오갔다.

18일 오후 보호자가 입국했고 환자는 다음날인 19일에야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2주 뒤, 콩 하이엔 처장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주 건강한 몸으로 회복해 학교 업무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도 (서울시 호의와 도움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돌이켰다. 의료기술이 발달돼있고 행사 관련 준비가 철저한 서울에서 총회가 열렸기 때문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콩 처장은 "매년 남편과 함께 정기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국제회의때 응급조치 우수사례에 대해 강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전했다.

콩 하이엔 처장은 서울시 관계자를 공식 초청, 일련의 과정에 대한 특별 강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콩 교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국제행사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관광대학 교수이면서 국제기구 활동에도 열심인 콩 교수가 자발적으로 서울시 의료관광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시는 응급조치를 수행한 간호사와 통역, 119 구급대원에 시장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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