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어디 갔습니까”

2019-02-18 11:27:00 게재

청와대 앞에서 스쿨미투 집회

'스쿨미투' 운동을 벌여온 당사자들을 비롯해 청소년.시민단체들이 모여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인 200여명의 청소년.시민들은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교사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쿨미투 고발 당사자들은 무대에 올라 1년이 지나도록 학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 혜화고 스쿨미투 고발자는 “스쿨미투를 외친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바뀐 게 없다”면서 “후배들은 여전히 혐오발언을 일삼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듣고 있고, 선생님들은 고발자가 누구인지 아느냐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일고등학교 스쿨미투 고발자 이유진씨는 "학교는 많은 가해자 중에서 단 1명을 지목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축소했다"며 "상담교사, 경찰관, 변호사 등이 모두 남성으로 이루어진 남성 중심적 해결 과정 속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부산스쿨페미니즘연합은 집회주최측에 보낸 발언문을 통해 "교사들은 생활기록부를 걸고 학생에게 위협을 가해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두려움을 느낀다"며 "학교 성폭력 조사에서도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성폭력을 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특히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최유경씨는 “학교에 왜 창녀처럼 하고 오느냐같은 말을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듣고 있는데 정부는 표본조사 등 최소한의 대책만 내놨다. 이것으로는 뿌리깊게 내린 성차별을 시정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묻고 싶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어디 갔느냐. 평생 인권을 외쳐오셨는데 거기에 학생의 인권은 포함돼 있지 않는 거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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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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