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재자연화, 자연과 인간의 상생
최근 4대강 몇 개 보의 해체에 대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발표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전문가들 간의 논란이 뜨겁다. 4대강 보 건설의 주목적은 수량 확보였으며, 생태복원은 희생양이었고 수질 개선은 보건설 사업의 정당성을 치장하는 조연의 역할을 하였다. 보 건설로 4대강에 물이 많아진 결과 오염물질이 희석되고 바닥으로 가라앉아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일각의 주장으로는 보건설 이후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조류문제(녹조현상)를 설명할 수 없다.
공학적 입장에서 보면 강은 물이 흘러가는 통로이며 흐르는 물의 양은 강의 수심과 폭 그리고 유속의 함수이다. 동시에 강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생물들 간 그리고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시스템, 즉 생태계다. 우리는 강을 자원으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태계로서 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혜택(서비스)을 제공하며, 이는 자연재화(natural capital)라고 하는 총체적인 가치의 구성요소다. 생태계 서비스를 편익, 즉 돈으로 환산하는 가치화는 그리 용이한 작업이 아니다. 더욱이 편익 판단에 절대적인 잣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서 발표한 보 해체에 대한 생태계 편익의 계산 방법과 논리에 대한 일각의 지적을 다시 한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 물환경 관리 정책 대전환
강이라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는 ‘생태계 건강성(ecosystem health)’ 이다. 하천 건강성은 양호한 상태의 강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건강한 서식 생물들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수량, 수질, 서식처, 먹이 등을 고려하는 생태계의 종합적 성질이다. 하천 건강성은 유역 건강성의 척도이며, 이는 역으로 환경과 사회적 건강성에 대한 지표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생태계 건강성은 인간의 건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 하천관리를 위해 물환경 관리 정책에서 대전환을 이뤄낸 유럽의 경우를 눈여겨볼 필요가 크다. 유럽연합은 2000년에 ‘물관리법’을 제정하고 ‘수생태계 건강성 확보’를 물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핵심지표로 설정했다. 가장 주목할 것은 하천의 생태학적 상태를 최종적으로 판정하는 데 있어 이화학적 수질과 유해물질이 아니라 하천에 서식하는 생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하천복원 기본원칙을 인공적으로 변경된 물흐름과 지형 회복(즉, 연속성 확보)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물환경 관리의 목표와 방향을 이화학적 수질 보전에서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으로 전환하였다. 2007년부터는 이러한 수생생물과 서식환경을 지표로 이용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평가해오고 있으며, 2016년에는 수생태계 건강성 모니터링 지점들을 생물측정망으로 제도화하고 전국 4대강의 3035개 지점으로 확대하였다.
다양한 수중생물들은 살아가는 공간의 크기가 다르고 또한 오염물질이나 서식처 훼손과 같은 교란요인 별로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보통 여러 가지 다른 생물군을 동시에 평가한다. 평가의 방법도 하나 혹은 여러 개의 관련 변수들을 다양하게 이용한다. 예를 들면, 어류를 이용한 평가에서는 종수, 개체수, 먹이 및 서식습성, 기형화 등 여러 생리 생태적 특성 변수들을 종합하여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낸다.
강은 자유롭게 흘러야 한다
보 철거와 관련하여 수질 및 수생태계 건강성 등에 대한 논란은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의 물이용 측면에서 볼 때 보와 댐이 주는 이익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들이 주는 하천환경 전반에 대한 피해도 그에 못지않다. 서식처 소실, 생물다양성 감소, 하천 파편화, 생물이동 차단, 토사 퇴적, 수질 악화 등이 그것이다. 강은 자유롭게 흘러야 하며 고여 있거나 막혀 있다면 그것은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댐 철거’가 하천 복원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댐 철거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4대강의 재자연화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지향하여야 하며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통한 하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