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특별감찰관 3년간 공석
정권 반환점, 대통령 측근비리차단 '공백'
'조국사태'로 측근감찰 필요성 강해져
역대 정부 가족·측근비리로 힘 빠져
특별감찰관이 3년째 채워지지 않아 대통령 측근의 비위행위 감찰이 공백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고 총선이후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여당 모 중진의원은 "청와대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도입하는 데 왜 굳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하느냐는 입장을 갖고 있고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아직 공수처 설치가 불명확하고 대통령 측근에 대한 경계와 감시는 강하면 강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일단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나중에 공수처법이 통과돼 공수처를 설치하게 되면 그때가서 공수처에 흡수시킬 것인지, 아니면 아예 별도로 둬 이중감시가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 등을 따져보면 된다"고도 했다.
특별감찰관제는 박근혜정부때인 2014년에 도입됐으며 6월19일에 발효돼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5년 3월27일에 임명됐다. 특별감찰관은 박근령을 사기혐의로 고발했으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스캔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8월 29일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9월에 수료됐다. 차정현 특별감찰과장이 직무대행을 맡았으나 지난해 4월27일 임기가 끝났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1년 지난 2017년 5월에야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으며 이후 후보자 선정에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여당과 청와대도 미온적이었다. 2017년 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공수처법 처리에 집중할 시기"라며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은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공수처 후특별감찰관'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조국사태로 더욱 관심 모아지는 특별감찰관 = 청와대와 여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가 빠르면 12월 초에 표결에 부쳐질 공수처법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국 파동'으로 특별감찰관을 빨리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작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을 대상으로 감찰을 실시한다.
특별감찰대상 비위행위는 실명이 아닌 명의로 계약하거나 알선·중개에 개입하는 행위, 공기업이나 공직유관단체와 수의계약하거나 알선·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 부당하게 금품·향응을 주고받는 행위,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행위 등이다.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조국 법무부장관의 민정수석시절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투자, 입시비리, 웅동학원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점점 멀어지는 '공수처법 통과' = 무엇보다 공수처법이 묘연해짐에 따라 더욱 특별감찰관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공수처법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경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청법안 등과 함께 처리될 예정으로 여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검찰의 영역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공수처의 실효성 문제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법-검경수사권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과연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당 모 의원은 "조국사태로 대치국면에 있는데 야당이 공수처법을 통과시켜주겠느냐"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고 각을 세우고 있어 갈수록 법 통과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수야당뿐만 아니라 대안정치연대 등 진보진영쪽에서도 공수처법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안을 여야 합의로 조정하지 않는한 본회의에서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수처법 통과만 쳐다볼 게 아니라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임기말로 갈수록 정부의 힘이 빠지면서 측근비리가 불거졌던 것은 과거 정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훈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 대거 구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에 의한 최순실게이트는 탄핵까지 몰고 왔다.
한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조속히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