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동선'이 폐쇄·휴업 몰고다닌다
역학조사 나올 때마다
지자체·주민들 '화들짝'
접촉자'음성'엔 '안도'
6일 오후 3시 3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의 대형쇼핑몰 현대프리미엄아울렛송도점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인천시와 연수구 합동역학조사반은 현장에 출동해 역학조사와 방역조치를 취했다. 같은 시간 인천시교육청은 연수구의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 9곳에 15일까지 긴급휴교 명령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번 확진환자가 토요일인 1일 오후 4시 26분부터 6시 25분까지 두시간 동안 이 쇼핑몰을 다녀갔다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발표 직후 순식간에 이뤄진 조치다.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동선이 가장 중요한 방역 대상이 됐다. 주민들의 불안·공포도 이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정부와 지자체의 신속한 정보공개와 대응이 만들어낸 결과다.
인천시 역학조사반은 이날 19번 환자의 체류시간, 카드사용내역, 폐쇄회로TV(CCTV)을 통해 세밀한 동선과 접촉자 확인에 나섰다. 세부 동선과 접촉자가 7일 오후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공개되면 해당 건물은 폐쇄조치가, 인근 학교들은 휴교 조치가 내려진다.
앞서 6일에는 19번 환자가 사는 서울시 송파구 아파트가 공개되면서 이 일대가 홍역을 치렀다. 우선 아파트관리사무소가 헬스장과 사우나 탁구장 등이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문을 닫았다. 또 현관문과 승강기 버튼 등을 소독했다. 인근 4개 초등학교가 긴급히 휴교했다.
19번 환자는 지난달 18~23일 17번 환자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했었다.
17번 환자의 동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7번 환자가 살고 있는 경기 구리시의 경우 유치원과 초·중·고교 22곳의 졸업식·개학 등 학사일정이 다음달로 연기됐다. 어린이집에도 휴원명령이 내려졌다. 17번 확진자는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뒤 서울~대구~구리 등으로 이동, 현재까지 188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구리지역 접촉자는 37명이다. 이들은 모두 자가격리 등 조치 중이며 구리시는 2주간 전담 공무원을 지정, 매일 발열과 호흡기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구리시는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곤욕을 치렀다. 당시 구리의 한 재활병원 입원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병원이 입주한 건물 전체가 폐쇄됐고 병원 격리자 43명, 자가 격리자 172명 등 215명이 직접 피해를 봤다. 이번에도 구리시는 17번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과 약국 음식점 등을 즉각 폐쇄조치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17번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대구와 또 17번 환자와 함께 식사를 한 뒤 부산 연제구를 다녀온 A씨 동선도 긴급 조사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다행히 이들과 접촉한 21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다.
주민 공포도 동선을 따라 확산된다.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정부 발표까지 있었던 터라 두려움 확산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17번 환자가 처음 확진판정을 받은 4일 구리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했고, 5일까지는 대구·부산까지 위기감이 이어졌다. 그리고 6일엔 대구·부산에서 접촉자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져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이날 새로 19번 환자 동선으로 알려진 인천 송도 대형쇼핑몰 소식에 이 일대 주민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동선이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시간대나 장소 등을 묻는 전화가 쏟아지는 등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고 또 접촉자들의 안전이 확인되면 오히려 안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