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추경 가능성 열어둔 정부
17일 "추경 검토 안해", 20일엔 "모든 옵션 염두에"
홍남기, 코로나19 사태 대응 위해 러시아 방문 취소
코로나19 대응정책과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던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 최근 2~3일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지역사회감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정치권의 요청도 변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추경 편성 가능성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거론됐다. 하지만 기재부는 줄곧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 언론에 출연해 "지금 단계에서 추경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고 경제적 후폭풍이 우려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경 편성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민 건강을 지켜드리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의무"라며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유성엽 의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을 주장했다. 이즈음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 판정자가 급속히 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그러자 정부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일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상황을 보고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구 차관은 "모든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구 차관은 "추경을 꼭 안 하더라도 현재 있는 예산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은 기금운용 변경도 하고 예비비를 지출한다든지 모든 옵션을 놓고 경기 상황에 잘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구 차관의 발언이 추경 가능성 언급으로 해석될 조짐을 보이자 "2차관의 발언 요지는 기존 예산의 신속한 집행과 기금자체변경, 예비비를 통해 코로나19에 신속하고 충분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은 추경을 배제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변화될 여지는 있는 것"이라며 내부 분위기가 며칠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예정했던 러시아 출장을 연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불참도 고려했지만, 국익 차원에서 주말을 이용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