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넘어 중동 곳곳 확진자 속출

2020-02-25 12:49:17 게재

이라크·쿠웨이트·바레인·오만 등 … 이란 마슈하드 성지순례 뒤 감염

국내에서 신천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번지는 가운데, 최근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탈리아는 물론, 중동 여러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대유행 전염병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으나 잠재적 대유행 전염병(포텐셜 팬더믹·potential pandemic)으로 부르기 시작해 최악의 사태가 임박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동에서는 61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2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란 외에도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오만 등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각국 정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동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대부분 이란과 연관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24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의 마바라키야 시장 안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여성들이 방역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다. 이란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코로나19는 쿠웨이트,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쿠웨이트 정부는 확진자 3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국영 KUNA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이들의 국적은 쿠웨이트(2명)와 사우디아라비아(1명)이고 이들은 이란 동북부 이슬람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를 다녀온 이력이 있다고 쿠웨이트 당국은 설명했다. 마슈하드는 이웃 중동 국가의 시아파 무슬림의 대표적인 성지순례지다.

쿠웨이트 당국은 마슈하드를 성지순례차 방문한 자국민 700여명을 22일부터 특별기로 철수시켰다. 이날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이 특별기로 귀국해 격리·관찰 중이던 성지순례객이었다.

쿠웨이트 정부는 19일 이란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자 21일 이란행 항공노선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과 이어진 국경 출입국 검문소를 차단했다. 또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에 상주하거나 최근 2주 이내에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23일에는 이란에서 오는 선박의 입항도 불허했다.

바레인 보건부는 이란을 여행한 이력이 있는 자국민 1명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바레인 정부도 최근 2주 이내에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에 대해 21일부터 입국 금지하고 있다.

오만 보건 당국도 24일 이란에 다녀온 직후 자국민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첫 확진자가 나오자 오만 정부는 이날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라비아반도의 걸프 지역 7개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예멘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모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는 자국민은 물론 거주 외국인의 이란 방문과 이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도 불허했다.

카타르는 이란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격리·관찰하기로 했다. 예멘은 내전 중이어서 별다른 방침이 없지만 이란과 인적 교류가 거의 없다.

이라크 보건부도 24일 남부 시아파 이슬람 성지 나자프에서 이란인 신학 유학생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확진자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 역시 21일 이란과 통하는 국경 검문소를 닫고, 국적항공기의 이란 노선을 일시 중단했으며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발 입국자를 모두 차단했다. 이라크 보건부는 이 확진자가 국경을 차단하기 전 입국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보건부도 이란 곰에서 최근 돌아온 자국민 1명이 처음으로 감염자로 확인됐고 역시 이란을 다녀온 3명이 의심증세를 보였다고 24일 발표했다. 아프간정부는 전날 이란을 오가는 육상 운행과 항공편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레바논에서 이란 종교도시 곰을 다녀온 레바논인 1명이 감염자로 판정됐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이란인 노부부 여행자가 확진자로 분류돼 치료 중이다.

UAE 정부는 24일 이란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자국민의 왕래를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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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ykim@naeil.com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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