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동결·인하 … '착한 건물주' 바람
전국 140명 건물주 동참 … 2000여개 점포 혜택
24일 오후 2시쯤 서울 남대문시장(주) 회의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들어섰다. 박 장관은 이미 자리하고 있던 이들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했다.
박 장관은 짧은 인사말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다섯번이나 했다. 인사말을 마친 박 장관은 다시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혔다.
국회의원 5선 출신인 장관의 인사를 받은 이들은 남대문시장내 상가를 소유한 건물주들이다. 이들은 최근 자신들이 소유한 상가임대료를 3개월간 20% 인하하기로 했다. 소위 '착한 건물주'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박영철 남대문시장 대표이사는 "착한 건물주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바람이 서울에 상륙한 셈이다. 남대문시장은 점포 5493개에서 상인 8935명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일일 평균고객 17만3109명이 찾는다.
박 장관은 "난관을 헤쳐 나가는 건강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명실상부 국내 대표 전통시장이 착한 건물주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약 140명의 전통시장 건물주들이 약 2000개 점포의 임대료를 인하 또는 동결해 주고 있다.
전통시장 점포의 경우 영업비용 중 임차료가 약 20%를 차지한다. 임대료 인하·동결은 상인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건물주들은 "더 많은 건물주들이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는 '착한 건물주 운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과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건물주는 "젊은시절 1.65㎡(0.5평) 규모의 점포에서 장사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누구보다 상인들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번 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연을 밝혔다. 또 다른 건물주는 "더 많은 건물주들이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는 '착한건물주운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앞으로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과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착한 건물주 운동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오늘 참석하신 분들께서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착한 건물주' 바람은 2년전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시작됐다. 전주에서 쏘아 올린 선한 영향력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김포시 건물주는 매출이 감소한 건물 입점점포 4곳에 대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100만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건물주도 자신이 소유한 시장 내 6개 점포 임대표를 30% 내리기로 했다. 이 건물주는 코로나19 사태가 사라질 때까지 인하한 임대료를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