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국 유치원·학교 개학 연기
러에 진단키트 긴급요청
BBC "검진도 못할 수도"
북한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전국 유치원과 학교 개학을 연기했다.
국가방역체계를 가동하면서 북한 내 감염자 발생이 없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나온 조치다. 러시아가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조선중앙방송은 27일 "탁아소, 유치원으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염병 예방을 위한 교양과 방역사업이 힘있게 전개되고 있다"며 특히 "감염증이 퍼지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학생들의 방학을 연장"했다고 언급했다.
방송은 "학생들의 방학이 연장된 데 맞게 각급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교양사업을 방법론 있게 짜고 드는 것과 함께 위생방역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며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방역활동을 상세히 소개했다.
북한에서 방학기간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1월부터 2월 중순까지이며 대학교의 경우 1월 한달 정도로 알려졌다. 방송의 보도내용이 별도로 대상 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개학연기는 전국적 조치로 보이나, 대학교까지 포함됐는지 여부는 명확치 않다.
노동신문은 이날 '신형코로나비루스방역과 관련한 대중상식 몇가지' 제목의 기사에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 것, 모든 가족이 마스크를 착용할 것 등 어린이 방역 안내법을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외무부가 26일 북한에 1500개의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전달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외무부 공보실은 언론보도문에서 "지속하는 코로나19 확산 위험과 관련 북한 측의 요청으로 러시아가 평양에 1500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치가 북한의 전염병 유입 방지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러시아측에 진단키트를 먼저 요청했다는 이야기라 감염의심자나 확진자 발생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영국 BBC방송은 이날(현지시간 25일) 북한이 아직 자국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 사회가 감염병에 크게 취약한 상태라 일부 전문가들은 진위를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보건 인프라를 거론하며 실제로 확진자가 발생해도 검진조차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자들과 관영 매체들은 북한에서 한 달 넘게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BBC는 북한의 일부 병원은 전기와 수돗물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공공 보건 체계가 열악하다고 전했다. 특히 평양 밖에는 이렇다 할 의료 시설이 없기 때문에 시골에선 확진 사례가 있어도 제대로 검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각국에서 가하는 경제 제재 때문에 고급 의료 장비 자체를 들여오기도 어렵다고 BBC는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가 발표한 '2019 세계 보건안보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보건안보 순위는 전체 조사대상 195개국 중 193위를 기록했다. 질병 창궐에 대한 대비가 가장 부족한 국가 중 하나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