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중대본 '공동 차장제' 법제화 논란
코로나19 대응체계, 법 외 형태 운영
메르스 때도 매뉴얼 없는 체계 도입
전문가들 "훈련한 매뉴얼대로 해야"
행정안전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임시 운영 중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동 차장제'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응매뉴얼에 없던 체계를 갑자기 만들어 오히려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2일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에서 신종·복합 재난 대응을 위해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대본을 설치할 때 '1·2차장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방사능재난과 해외재난을 제외하면 행안부 장관이 홀로 중대본부장을 맡는다. 그리고 재난의 규모가 커 보다 확대된 체계의 대응이 필요할 경우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행안부 장관이 차장을 맡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응 때는 이런 체계를 무시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복지부 장관을 1차장으로, 행안부 장관을 2차장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중대본 구성 전부터 상황을 총괄해온 복지부 장관 중심 대응체계를 흔들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복지부 중심의 중수본으로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 당시에는 법 체계에 없던 범정부대책지원본부를 임의대로 구성해 운영했다. 그리고 사태가 수습된 후 다시 이 체계를 법제화했다. 이번 상황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이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미지수다. 재난 전문가들은 중대본을 기존 체계대로 구성한다고 해서 중수본인 복지부 장관의 역할이 달라지거나 혼선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범정부대책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행안부 장관이 중대본부장 또는 차장이 돼 범정부적 지원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항과 교수는 "정부는 중대본 구성으로 인해 혹시 생길지 모르는 지휘 혼선을 과도하게 우려한 것 같다"며 "반복해 훈련한 대응메뉴얼 대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행안부 장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중대본 관계자는 "행안부는 중대본부장인 국무총리 지휘 아래 범정부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며 "지금의 대응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힌편 행안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감염병 대응 등 재난안전 예산용으로 17조5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2024년에는 그 규모를 21조원까지 늘린다. 5년간 96조원을 재난안전 분야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행안부는 또 올해 상반기까지 지방재정의 60%인 137조원을 조기에 집행하고 당초 3조원으로 계획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6조원으로 확대한다. 지자체에서 확보한 예비비나 재난관리기금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