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관광지들 다시 문열었지만 여전히 '썰렁'

2020-03-03 10:58:58 게재

연간 관광산업 매출 171조원 감소 예상 … 춘제 연휴기간 대량 여행취소로 몸살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유명 관광지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샹산', 항저우의 '시후' 등은 재개장 첫날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모든 관광지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중국 여행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전염병이 완화되면서 국내 관광이 재개됐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관광 댐 수문'은 여러 관광지에서 연속적으로 '방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월 28일 현재 중국 전역에 걸쳐 450개가 넘는 유명 관광지가 재개됐으며, 전국 관광 명소의 재개율도 40%를 넘었다.

2월 28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중국 베이징의 유명 관광지인 경산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저멀리 자금성이 내려다보인다. AP=연합뉴스


신문은 이어 "재개장 첫날에 관광객들로 가득 찬 곳도 있지만 난징의 공자묘와 같이 썰렁했던 곳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재개장 후 한명밖에 방문하지 않은 황산의 경우처럼 관광산업의 회복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19일 재개장한 난징의 공자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곳은 매년 춘제 전후로 '친화이 연등회'라 불리는 중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등행사가 열리는 유명 관광지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 공자묘에서 열린 34번째 '친화이 연등회'에는 10만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모든 행사가 중단됐다. 공자묘가 다시 문을 열긴 했지만 아직까지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재개장한 후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게 일상이 돼버렸다.

공자묘 주변 보도 양쪽에 문을 연 상점은 많지 않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은 여전히 모두 닫혀 있었다. 공자묘 정문에서 마스크를 낀 채 입장객의 체온을 체크하는 안내원은 "일이 힘들지는 않다"면서 "다시 문을 연 후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최초로 비행 지연 보상금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IT회사인 '트래블라이트'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을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 세계에서 항공편이 30분 이상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이 회사는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춘제(중국의 설명절) 기간 매출 확대는커녕 대량 환불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환불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플랫폼 기업들에 큰 매출을 안겨줬던 춘제라는 '봄 손님'은 대량 여행 취소 사태로 '봄 도둑'으로 바뀌어버렸다. 중국의 유명 여행 플랫폼인 'C트립'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 후 현재까지 고객 주문 취소 요청의 90% 이상을 처리했으며 그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관광업계는 업무를 재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관광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행사들이 '출혈'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여행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1분기 중국내 관광객 수는 56%, 관광 수입은 69% 줄어들었고, 연간 관광객은 9억3200만명이 줄고 관광 수입은 1조1800억위안(한화 약 171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관광 침체 국면이 언제 반등 국면으로 전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2003년 사스(SARS) 때의 역사적 경험이 이 업계 종사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C트립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사스가 끝난 후 민간 항공 및 호텔 숙박에 대한 수요가 회복된 바 있다.

민간 항공의 경우 2003년 2분기 C트립의 항공권 예약건수는 전년 대비 33.39% 감소했다. 사스가 통제된 후인 7월 항공권 주문 거래량은 전년 대비 200%, 전월 대비 82% 증가했다. 2003년 10월 국경절 연휴 C트립의 항공권 주문량은 전년 대비 200% 증가했으며 2004년 춘제 기간 동안 항공권 주문은 전년 대비 201% 늘었다.

호텔 숙박의 경우 2003년 2분기 C트립의 호텔 예약 수량은 전년 대비 25.08% 감소했지만 6월부터 호텔 숙박업이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7월에는 호텔 이용률이 전년의 70%까지 회복됐다.

4월 말쯤이면 코로나19가 통제될 것이라는 예측에 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반적인 관광 수요가 빠르게 복원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전염병이 계속 확산되고 있어 관광산업이 단기간에 '회복적' 반등을 하기는 어렵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확산"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