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과도한 사생활 공개 논란
인권위원장 "개인별 공개 말고, 시간별 장소 공개 고려해야"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를 놓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가인권위원장이 대안 제시에 나섰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지자체와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의 이동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대별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 피해까지 나타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선 일부 확진자의 개인적인 일정을 놓고 비난과 혐오의 댓글이 달리는 점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자신의 코로나19 감염보다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중 자신이 감염될 가능성이 63.5%, 자신이 확진됐을 경우 주변으로부터의 비난이나 피해가 62.6% 순으로 많았다.
최 위원장은 "확진 환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해 확진 환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동시에 해당 장소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모든 확진 환자의 상세한 이동 경로를 공개하면 오히려 의심 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려해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할 우려도 있다"며 "보건당국은 사생활 침해의 사회적 우려도 고려해 정보 공개의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관련 내용을 검토중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감염병에서는 개인의 인권보다는 공익적인 요인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교육 등을 통해서 동선 공개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해야 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하고 불필요한 동선 공개나 인권 침해가 없도록 최대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