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유가급락, 해외건설 ‘빨간불’
잘 나가던 중동 발주감소 우려 … 정부차원 대응책 마련 필요
올해들어 탄력받던 해외건설이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유가하락’ 먹구름이 덮쳤다. 세계 경기침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국제 유가급락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앞으로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이달초 배럴당 50달러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유(WTI) 31.13달러, 두바이유 32.87달러로 떨어졌다. 10일 오후 4시 현재 WTI가 34.36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회복조짐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등은 장기적으로 35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오일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치킨게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셰일석유업계에 타격을 주기위해 증산을 통한 저유가 상태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셰일석유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 이상을 유지해야 수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30달러선이 지속되면 셰일업체 절반 가량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길어질 경우 한국 해외건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발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해외건설은 지난해 223억달러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동수주 부진이 주원인이었다. 중동에서 47억5700만달러 수주에 그쳤다. 2018년 92억400만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2018년 10월 배럴당 84.44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지난해 60달러대에 머물렀다. 건설사들이 유가에 민감한 이유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플랜트 수주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도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도 해외건설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력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각국 정부가 중국 한국 이탈리아 등 주요 코로나 확산국을 대상으로 인적교류 차단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입국제한, 본국 강제송환, 격리조치 등이 확대되고 있다. 인력이동이 제한될 경우 공사수행은 물론 신규사업 수주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건설 기자재 공급망 악화도 예상된다. 각국의 통관절차 강화로 철강, 기자재 등 핵심 건설관련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건설조사기관 ‘IHS 마킷’(Markit)은 2분기에 중국은 4∼5%대, 그외 아시아 지역은 최대 2%대까지 관련산업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북미 유럽 중동 등에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휴가 및 현장이동 제한 외에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화되면 공사수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잇단 악재발생은 올들어 해외건설이 순항하던터라 더욱 아쉽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0일 현재 해외 수주액은 95억3787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0억106만달러) 대비 138.4%(55억3682만달러) 늘어난 규모다. 이중 중동이 60.1%를 차지하고 있다. 연초부터 카타르(1월, 현대건설 10억6034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1월, 삼성엔지니어링 18억5000만달러)등 중동에서 대규모 수주가 이어졌다.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와 유가하락이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유가하락이 개별업체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차원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