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공감하지만 우린 생존권 문제”
보상없는 휴원 압박에 영세학원 반발
‘추가 추경 통해 직접 지원해야’ 주장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육당국이 연일 휴원을 압박하지만 학원과 교습소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여전히 개원하는 곳이 많다. 일각에서는 지역감염 확산으로 자칫 학원과 교습소가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추가 추경을 통한 손실보상 등 실효성 있는 정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학원총연합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코로나19 진정을 위해 학원도 적극적으로 휴원에 동참해달라”며 거듭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9일 기준 인천광역시 소재 학원과 교습소 5528곳 중 1224곳(22.5%)만이 문을 닫았다. 광주는 4761곳 중 9.6%(453곳), 충북은 3117곳 가운데 1467곳 (47%)이 휴원했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휴원율이 하락했다. 공식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지역 상황도 정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교습소들의 휴원율이 낮은 것은 경영난이 주요원인이다. 문를 닫아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그대로 지출해야 한다. 장기 휴원으로 자칫 학원생까지 이탈할 수 있다. 생계형에 가까운 영세학원과 1인 교습소들은 ‘폐업 공포’를 호소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규모 5인 이하 영세학원은 전체 학원 중 6만4000여곳(77.6%)이다. 1인 강사가 운영하는 교습소는 4만2501개소다.
서울 소재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정부 권고에 따라 3주 연속 휴강한 경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대형학원들이야 당국에 찍히면 후과가 커 문을 닫지만 영세학원은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교육청 예산을 줄이거나 교사·공무원 월급을 깎지 않으면서 왜 민간에만 희생을 강요하느냐”고 반문했다.
사정이 이러자 교육계 일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제폐쇄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도지사는 방역법, 전염병 방지 및 예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시설 폐쇄 같은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 정부가 폐쇄를 명령한 민간사업장은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예산당국은 민간에 대한 직접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교육당국이 ‘자발’로 포장한 ‘권고’라는 형식으로 압박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 교육관료들의 전언이다.
호남권의 한 영세학원 관계자는 “최소한 지원도 없이 휴원하라는 것은 폐업하라는 것”이라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사들 그리고 가족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지원대책이 있다고 하지만 차례를 기다리다가는 폐업신고부터 해야 할 판”이라며 “현실성 없는 것 말고 추가 추경을 통해서라도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