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19 피해 가정에 현금지급 검토
여당, 아이 있는 가정에 35만원 검토
일본은행, 다음 주에 양적완화 확대
일본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의 일환으로 가정에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 아동수당의 상한도 늘리고, 국내 여행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일본언론은 전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다음 주 적극적인 돈풀기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여행 활성화 대책 마련 = 일본정부는 코로나19로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초중고에 대한 임시휴교령 내린 상태이다. 어린이집 등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부모가 별도의 휴가를 내는 등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다음달 내놓을 3차 대책에서 '육아가정'을 중심으로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재난기본소득'과 비슷한 취지의 소비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의 일환이다.
이와 관련 지지통신은 자민당 등 여당 일각에서 이들 가정에 3만엔(약 3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에도 1인당 1만2000엔(약14만원)씩 총 2조엔(약23조원)의 현금을 지급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월 최대 1만5000엔(약17만원)인 아동수당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결제시 포인트 환급을 상향하는 문제도 논의 중이다. 이밖에 코로나19가 소강국면에 들어서면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준비중이다.
실제로 일본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 전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기의 개인소비가 전기 대비 2.8% 감소하는 등 GDP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내 전문가들은 올해 1~3월 실질GDP 성장률이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은행, ETF 매입 규모 확대 = 일본은행은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올해 매입 목표치인 6조엔(약7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결정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올해들어 현재까지 1조4000억엔 규모의 ETF를 매입한 상황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2일 금융시장이 동요하는 것과 관련해 "풍부한 자금을 공급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구로다 총재의 기자회견이 있은 이후 1일 최대 매입액을 7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늘렸다.
일본은행의 돈풀기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피해가 큰 경제부문에 낮은 금리로 신속하게 대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일본은행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피해지역의 금융기관에 저금리의 자금을 신속하게 공급했던 전례가 있다. 일본은행은 이밖에도 시장안정 조치와 관련 △부동산투자신탁 보유비중의 연900억엔 증액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보유 지속 △기업어음 2조2000억엔 규모 보유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임금인상 억제 움직임 확산 = 코로나19의 확산은 노사교섭(춘투)에도 영향을 미치고있다. 지난 11일 주요 대기업의 사용자측이 내놓은 협상안은 기본급 동결 등을 포함해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내용이 다수라고 아사히신문 등은 전했다. 도요타 자동차 사측은 기본급 인상을 7년 만에 보류하자고 제안했고, 일본제철 등 철강 기업도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는 방향에서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 노사는 지금까지 일정액의 기본급 인상을 시행해 왔지만, 올해는 교섭에서 기본급 인상을 0%로 하기로 사측이 제안하고 노측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기승급분과 수당을 포함한 임금총액의 인상은 8600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는 월 1만700엔의 임금총액 인상이 이뤄졌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임금총액 인상액이 1만엔을 밑도는 것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일본 제철도 기본급 인상을 7년 만에 0%로 결정했다. 미중간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수요감소와 시장 상황의 악화로 사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결정이다. 전기업종에서는 히타치제작소가 지난해보다 500엔 늘어난 1500엔의 기본급을 인상하기로 했다. 파나소닉과 NEC는 지난해보다 낮은 기본급 500엔 인상을 결정하는 등 전기업종 전체가 임금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노동계는 낮은 임금인상이 소비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노총(렌고)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낮은 임금인상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근로자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전염병의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 있는 법적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지난 2013년 시행된 '신종 인플루엔자 등 특별조치법'의 적용 대상에 코로나19를 추가하고, 정부의 강제권 발동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13일 국회에서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