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동기모임? 중앙부처 정신있나
정부부처 공무원, 감염병 안이한 대처 '뭇매'
세종청사 확진자 급증 … 정부기능 차질우려
현장담당, 감염확률 높은 지자체는 거의 없어
정부부처가 안이한 감염병 대처로 비난을 사고 있다. 방역을 지휘할 정부세종청사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다. 온 국민이 생계를 걸고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정부부처가 확진자를 되레 보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등에 따르면 13일 오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2명이 추가 확진됐다. 12일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14명이 확진됐다. 이에 따라 7일 첫 확진자 이후 현재 정부세종청사 확진자는 해양수산부 20명, 교육부 1명, 보건복지부 1명, 대통령 기록관 1명, 국가보훈처 1명, 인사혁신처 1명으로 모두 25명이다. 보건당국은 해당 직원들이 근무했던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틀 전인 10일에는 충북 진천 국가인재개발원에서 근무하는 26살 공무원 ㄱ씨(경기 고양시 거주)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ㄱ씨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보건복지부 소속 20대 공무원 ㄴ씨 등과 지난달 22~23일 서울에서 1박 2일 동기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이 급격히 확산되는 와중에 주무부처인 복지부 직원들이 동창회를 연 셈이다. 이날 모임에는 모두 9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ㄴ씨는 동기모임 하루 전 줌바댄스 모임에도 참석했다.
정부세종청사 무더기 감염 배경으로 가장 긴장해할 중앙정부가 되레 느슨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기 모임 뿐 아니라 비상 근무 중 타 부처 직원 만남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색케 하는 불필요한 접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지난달 말까지 확진자가 1명에 불과했다. 이번달 5일 천안 줌바댄스 전국 워크숍에 참석한 줌바댄스 강사가 확진되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코로나 무풍지대'로 불리며 행정도시라 다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같은 방심이 결국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진자가 양산되면서 정부 기능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수부는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자택에서 대기하며 근무하도록 했다. 교육부도 확진자가 소속된 3개국 직원 100여명 전원이 자택 대기에 들어갔다. 최고보안등급 시설인 정부세종청사는 전국 11개 정부청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공무원만 1만2000여명이 근무한다. 공무원이 아닌 상시 출입 인원까지 합치면 1만5000여명이 상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부처와 달리 지자체에선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명성교회 부목사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성동구 직원 한명이 확진을 받았을 뿐 시 본청과 나머지 전체 자치구, 산하기관 직원까지 4만5000명 가운데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거리두기를 앞장서 실천한 덕이 크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지난 2일부터 박원순 시장 주도로 '잠시 멈춤' 을 실시하고 있다. 시민청과 서울도서관 운영을 중지했다. 직원 간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와 시차근무제를 바로 시작했다. 출퇴근 시민과 거리두기를 위해 근무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로 변경했다. 코로나19 대응근무자 사기 진작을 위해 초과근무 수당 상한제도 없앴다.
부서간 접촉, 타 기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 회의는 카톡이나 영상으로 대체했다. 12일 현재 직원들의 시차근무 참여비율은 75%에 이른다.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바로 퇴근, 또는 출근하지 않게 하고 있다. 직원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도록 모두 공가로 처리한다.
방역은 필수다. 청사와 별관 등 건물 방역을 주 1회, 엘리베이터 손잡이, 버튼 등 다중이용시설은 하루 4회 이상 소독한다.
산하 기관 선제 대응도 눈에 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은 콜센터 직원(약 80명) 전부를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코로나 발병 초기 비상업무계획을 수립, 집에서도 근무가 가능토록 사전에 시스템을 구축해 둔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