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늘 기준금리 0.5%p 인하 가능성
한은, 미 연준 0%금리·QE에 속도낼 듯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방안도 내놓을 듯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이 이르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최대 0.5%p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15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사실상 0%로 인하하면서 한은의 인하 폭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에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대책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0.5%p 인하설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이번 주중으로 임시금통위를 열어 0.25%p 수준의 인하를 할 것으로 점쳤지만, 미 연준의 이날 파격적인 1.00%p 추가인하가 결정적이다.
미 연준은 지난 3일 기존 1.50%~1.75%에서 1.00%~1.25%로 0.5%p 인하한 데 이어 다시 1.00%p를 내렸다. 불과 2주 사이에 정책금리를 1.50%p나 파격적으로 인하한 데는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미국이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는 1.00%p 이상 격차가 생겼다. 이에 따라 한미간 금리차이에 따른 달러 유출 등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항상 상수가 됐던 한미간 금리차이에 따른 불안감은 어느정도 해소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p 인하한 바가 있다.한은이 임시 금통위에서 0.50%p 인하할 경우 기준금리는 0.75%로 내려간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0%대 기준금리는 없었다. 따라서 기준금리 0%대 시대가 열리면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 및 경제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폭 인하에 따른 부동산시장 불안과 금융안정성 저해 등 고려해야 할 변수는 여전해 인하 폭이 0.25%p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성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은은 임시 금통위에서 유동성 공급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12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5조원 늘리고, 적격담보증권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 유동성을 늘리기로 했지만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추가적인 수단의 필요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양적완화에 대해 내부 검토를 꾸준히 해왔다. 따라서 경제가 최악으로 가면 중장기적으로 돈을 찍어내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편 코로나19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대응이 다소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추경 예산)와 금융위원회(공매도 금지 및 금융지원) 등 관련 부처가 미흡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는 데 비해 통화당국인 한은은 뒷북만 친다는 비판이다. 미국이 예정에 없이 두 차례에 걸쳐 1.50%p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행도 당초 일정을 앞당겨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발빠르게 여는 데 반해 한은은 두 차례 금통위에서 모두 동결 조치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은 총재 등과 '경제·금융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가진 점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이 총재를 청와대로 불러 회의를 가진 것은 현정부 들어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고, 통화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