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바이러스 신속 진단
6시간 만에 확진여부 판별, 26만명 검사
인구 10만명당 504명, 일본의 57배
진단시약 5종, 외국서 주문 쏟아져
영국 BBC는 지난 12일 "한국의 빠른 코로나19 검사 속도와 대처방법이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5일 "보통 새로운 질병에 대한 진단키트가 상용화되기까지 대개 1년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불과 몇 주내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놀라워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는 4일 "한국은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에 준비가 잘 된 국가"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신속한 바이러스 진단속도에 놀라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양과 속도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속한 진단은 준비된 결과다. 전염병 대유행에 대비한 진단시약 긴급사용제도 도입, 민간기업의 신속한 진단시약 개발, '드라이브 스루'로 대표되는 신속한 검사시스템 마련 등 3가지가 비결이다.
◆선진국보다 월등한 한국의 검진능력 = 감염병 확산방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빠른 감염자 파악이다. 이를 위해 신속한 진단검사 능력이 필수적이다.
주요국가 검진건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검진 능력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우리나라의 총 검진자수는 26만1335명이다. 인구 10만명당 504.7명 꼴이다. 미국 검진자수를 약 1만명으로 계산하면 인구 10만명당 3.0명이다. 한국보다 무려 168배나 낮은 수치다.
이탈리아가 161.2명으로 뒤를 이었고, 영국 48.2명, 일본 8.9명 순이다. 일본 검진자수 1만1231명을 인구비례로 분석하면 인구 10만명당 8.9명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보다 57배나 낮다.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이탈리아가 9만7488명을 검사해 인구 10만명당 161.2명을 기록했다. 중국 이란 미국 등은 검사건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신속한 진단력은 확진자를 조기에 파악해 치료함으로써 치명률을 낮추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9일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의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0.77%로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수치인 3.4% 보다 크게 낮다"며 "확진자 중 상당수가 20대인 점도 있지만, 감염 초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한 것이 치명률을 낮추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외부공개, 제품개발 유도 = 신속한 진단검사 배경에는 의료기기 긴급사용 승인제도가 있다. 2018년 입법을 통해 도입됐다.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돼 긴급히 진단시약이 필요하나 국내에 허가제품이 없을 경우, 질병관리본부장이 요청한 진단시약을 한시적으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식약처장 출신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2017년 3월 법안을 발의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긴급한 진단 필요는 있지만, 허가된 시약이 없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상황이 교훈이 됐다.
제도 도입과 함께 질병관리본부와 민간전문가들이 진단 부분에 대한 공동연구도 해왔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공동연구 결과를 공개해 제품개발에 외부민간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중국에서 급속히 확산되자, 질병관리본부장은 1월 28일 긴급사용 승인을 위한 신청 공고를 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인 2월 4일 '코젠바이오텍' 회사의 '파워체크'란 제품을 사용승인했다.
이 진단시약은 2월 7일부터 환자 진단에 사용됐다. 2월 12일에도 '씨젠'의 '올프렉스'를 비롯해 3월 13일까지 총 5개 제품이 사용승인을 받았다.
기존 검사법은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해 일치하지 않으면 코로나19로 판단한다. 검체 채취후 2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1~2일이 걸렸다.
하지만 새 방식은 검체 체취후 유전자를 대량 복제해 바이러스를 증폭하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방식을 사용해 검사시간은 총 6시간으로 단축했다.
정식 허가제품이 아니라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진단 정확도를 95%이상으로 추정했다.
◆워싱턴포스트 "유럽 등 35개국 수출" = 진단시약 생산업체를 늘리고 제품생산을 독려한 결과, 최대 하루 검사 가능역량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첫 제품인 코젠바이오텍의 시약이 진단에 투입된 2월 7일 1일 3000명으로, 두 번째 진단시약인 씨젠 제품이 투입된 후인 2월 20일 1일 1만명으로 늘었다. 2월 27일 솔젠트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두 제품이 추가되고, 3월 13일 바이오세움의 시약까지 승인되며 1일 1만5000명을 넘어 2만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진단시약의 빠른 검진능력과 효능이 알려지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개 국가에서 해당 기업에 주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정부차원에서 진단키트 납품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14일자 기사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테스트 키트를 아시아, 유럽, 중동 등 3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적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가 (진단키트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 공개를 말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공급이 부족하지 않아 수출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공급을 우선한다는 약속이 돼 있어 상황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동식인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비롯한 전국 612개의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검진속도를 더욱 단축시킬 수 있었다.
◆"미 CDC, 검사키트 만들려다 실패" =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의 진단기법을 배워야 한다'고 트럼프정부를 질책하자, 공화당 의원은 한국 진단법이 부적절하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했다.
지난 12일 미국 하원 청문회장에서 공화당 마크 그린 의원은 "FDA로부터 '한국 진단법은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FDA는 '미안하지만 비상용으로도 사용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진단키트는 단일 항체만 검사하기 때문에 복수 항체를 검사하는 미국 진단법보다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 반박했다. 복지부는 "우리 정부는 유전자증폭 검사법으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단 중이며, 미국 의회에서 언급된 내용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항체검사법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저명한 전염병 연구학자인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지난 13일 TBS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CDC에서 검사키트를 만드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보니까 시간이 너무 걸렸다. 아주 불행한 사태"라며 "한국은 아주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고, 정확히 누가 감염됐고, 이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정확히 추적했다. 이것을 우리가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