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부양책 미 증시 '깜짝 반등'
기업어음 매입으로 유동성 지원 … 소비활성화 위해 국민들에게 현금지급 등
"경제적 효과 나타나기엔 많은 시일 걸려 … 고용 등 경제지표 충격 확인해야"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뉴욕증시와 유럽증시가 깜짝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 정부와 유럽 각국도 기업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각국 추가 부양책 잇따라 =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048.86p(5.20%) 급등한 21,237.3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43.06p(6.00%) 상승한 2,529.19에, 나스닥도 430.19p(6.23%) 폭등한 7,334.78에 장을 마감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도 여전한 변동성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장 초반 600p 이상 올랐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내 2017년 2월 이후 처음으로 20,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의 CP 매입 등으로 상승 반전한 이후 미 정부가 마련 중인 재정부양책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한다는 소식에 상승 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이날 연준은 기업어음매입기구(CPFF)를 설립하고 CP 매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3개월 만기 달러화 표시 기업어음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매입 대상이다. 코로나19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미 정부는 초대형 재정 부양책을 발표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상원 공화당 의원들에 1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 부양 패키지를 제안했다. 므누신 장관은 "현재는 재정 적자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부양 정책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2주 이내 국민 1인당 1000달러 혹은 그 이상의 현금지급과 함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및 호텔업계 지원정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세 감면 대신 현금 보조 등을 통한 대규모 재정지원에 나설 것이란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등 다른 주요국에서도 추가 부양책을 내놨다.
이날 영국 재무부는 3300억 파운드 규모의 대출 보증 방침을 발표했다. 또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CP 매입을 통해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항공, 공항 산업에 대한 추가 재정지원 방안도 밝혔다.
프랑스 르메르 재무장관은 450억유로 규모의 기업 지원 조치 도입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 법인세와 급여지급 연기에 대응할 예정이다. 또 기업지원 관련해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3000억유로의 대출보증을 공표했다.
스페인 총리는 코로나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총 2000억유로 규모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피해 기업과 국민들에 대한 긴급대출과 신용보증신용보증, 재정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BOJ(일본은행)가 금융기관에 323억달러를 국채 등을 담보로 대여하는 오퍼레이션을 실시했다. 3개월 만기물에는 302억달러가 공급됐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305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총 140억달러 규모의 긴급자금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금지원, 한국서도 채택 가능성 =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각국의 유동성 지원 조치가 금융시장 안정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새로 발표된 정책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소비활성화를 위한 현금지원"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난 기본소득 지원 등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은 코로나사태 진정 이후 소비회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국내 역시 현금 지원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경기부양차원에서 현금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현금 지원이 향후 국내 추가 추경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연준의 CP 매입 결정은 금융시장 안정 및 지속 가능한 미국 경제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미국 행정부가 약 1조달러 규모의 강력한 부양책 패키지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은 재정정책과의 시너지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동시에 G7 공동성명 이후 망설이고 있는 주요국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 공조를 주문했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침체, 여전히 경계해야 =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른 유동성 불안도 잠재해 있음은 여전히 경계해야할 부문이다. 코로나발 경제 충격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는 물론 2분기 글로벌 GDP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잇따른 유동성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아직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또한 경계해야할 리스크다. 달러화가 초 강세를 보이고 있음은 유동성 경색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일 폭락 중인 국제유가도 문제다.
현대차증권은 각 국의 부양패키지 발효 후에도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코로나 확산에 따른 미국 고용 경기 둔화 충격이 시장의 변동성을 재차 확대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양책이 실제로 효과를 보기까지에는 일정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 경기의 둔화는 당장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지표 충격이 시장 변동성을 재차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3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는 2주 후인 4월 초"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실업률 상승이 소비 둔화, 기업이익 부진, 크레딧 리스크 확대로 이어져 2차 주가 하락의 방아쇠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강 연구원은 "빠른 경기 부양 대응은 단기적으로 증시가 안정을 찾는 데 긍정적인 요소지만 이것만으로 완전히 안심하고 주식 매수에 나서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8일 국내 증시도 반등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에 밀려 곧 하락세로 돌아섰다.코스피는 낙폭이 한때 1%를 넘어서는 등 출렁거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1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52p(1.05%) 내린 1654.92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1309억원, 기관은 3489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4536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32p(0.26%) 내린 513.41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7분 현재 전날보다 11.5원 내린 달러당 1232.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