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부터 살려라" 재난소득 가시권
미일도 현금지급 추진
지자체 5곳 긴급생활비
문 대통령도 "검토 중"
재정·실효성 난관 많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주요국들이 '현금 지급'을 긴급대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정부 대신 서울·전주 등 지방자치단체 5곳이 재난소득 성격의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재난기본소득 도입 제안을 받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재정건전성과 투입재정 대비 효율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이었던 기획재정부도 "모든 길은 열려있다"며 입장을 선회하는 중이다.
'코로나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고, 침체된 경기를 회생시키기 위해 다수 국민에게 직접 현금성 지원금을 살포하는 방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형국이다.
물론 전례가 없는 만큼 실현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미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돌입한 상황이어서 대책 역시 '미증유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탄력받는 재난소득 논의 = 지난 17일 문 대통령을 만난 박 시장과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60만원씩의 재난긴급생활비(4조8000억원)를, 이 지사는 전 국민에 일정액의 지급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책은 이번 추경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황이 오래갈 경우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재난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 답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경제부처들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상자 특정이나 제도 설계 등 재난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기재부 관계자도 "글로벌 여건 자체가 모든 방법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고 내부기류를 전했다.
실제로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 중이지만, 취약계층 지원에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내내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난기본소득이 도입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주는 방안을 택할 경우 분배의 비효율성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아직 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어떤 방식이 효율적일까 = 재난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방식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집행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선 지자체가 재난소득 등 긴급지원에 나설 경우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자금을 보전해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기본소득에 가까운 긴급지원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중앙정부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가늠하는 데) 좋은 시범(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지자체가 이런 방식을 통해 지원하는 데 따른 부담이 생긴다면 다음 추경에서 보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세게 각국 시행 검토 = 재난소득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행 중이거나 적극 검토하고 있는 제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각)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인들에게 현금(수표) 1000달러(약 124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1조달러(약 1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할 태세다. 지급액을 2000달러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급대상이나 규모는 의회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도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관련해 긴급 경제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 1만2000엔(약 14만원) 이상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선 전북 전주, 경기 화성, 강원도에 이어 서울시가 재난소득 지급 행렬에 동참했다.
서울시는 예산 3271억원을 투입해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30만~5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30만원(1·2인 가구) ~ 50만원(5인 이상)으로 차등해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지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