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감염담당자 배치 앞당겨야"
감염병법엔 내년부터, 시행령 개정 필요
요양병원 1/3 수도권에 … 지자체 '경계'
요양병원·요양원 등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령 고위험군 환자가 밀집해 있어 내부 감염 발생 시 대규모 발병 가능성이 크다. 대구 한 요양병원에서 75명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방역당국과 대구시에 따르면 18일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75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환자는 57명, 직원이 18명이다. 발열 증세 등을 보이던 간호사 ㄱ씨가 16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집단감염이 뒤늦게 발견됐다. 대구시내 요양병원 발병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17일까지 북구 배성병원(7명), 수성구 수성요양병원(4명), 동구 진명실버홈(1명), 수성구 시지노인병원(1명) 등 5개 시설에서 모두 87명 확진자가 나왔다.
요양시설 집단감염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24일 대구 김신요양병원과 효사랑요양원부터다.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선 지난 4일 입소자 4명이 확진을 받은 뒤 18일까지 입소자·직원 117명 중 60명이 확진을 받았다. 사망자도 3명이 나왔다.
대구 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것은 신천지 탓이 크다. 신천지 교인과 접촉, 신천지 소속 요양보호사들이 포교를 위해 광범위하게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신천지가 아니어도 요양시설은 감염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병실당 6~8명이 입원해있고 병상 간 거리도 가깝다. 입소자 대부분은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 환자들이다.
대구 요양병원 사례는 안 그래도 취약한 환경에 의료진의 방심·당국 늑장 대응이 위험을 키운 경우로 꼽힌다. 한사랑요양병원 최초 확진자인 간호사 ㄱ씨는 열흘 전부터 발열증세가 있었지만 검사를 받지 않고 업무를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직원 증언에 따르면 직원들은 마스크를 썼지만 환자들은 물량 부족 등을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하지 못했다. 대구시가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고위험 집단시설 390여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13일로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가 특별관리지침을 내린 뒤 한달이 지나서였다.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은 지난해말 기준 1577곳이며 이중 34%인 540곳이 서울·경기·인천에 있다.
요양시설에 대한 위험이 커지자 서울시도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에만 요양병원 124곳이 운영 중이며 입소한 환자는 1만8000명에 달한다. 병원이 아닌 요양시설(요양원·양로시설) 530곳에도 1만7000여명의 입소자가 있다. 시는 자치구와 함께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시내 요양병원에 대한 합동 점검을 완료했다. 입원하지 않고 낮에만 이용하는 주간보호시설에는 휴관을 권고했다. 자치구들은 매주 1회 이상 지역 내 요양병원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법상 요양병원마다 감염담당자를 두기로 돼있지만 시행시점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이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설 특성상 입소자보다 중요한 건 종사자들 관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고 당국지침에 따라 면회도 금지된 만큼 시설을 드나들고 다수 환자와 접촉하는 직원들 대처가 중요하다"면서 "종사자부터 경각심을 갖고 발열체크 등에 성실히 임하고 시설별 담당자를 둬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