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확실성 지속, 2차 추경 가시권
총선 직후 5월이 유력, 17년 만에 2차 추경
자영·중기 안전망 보완, 현 정부대책 '역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금융·실물 복합위기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추경을 포함한 현재까지 정부 대책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확실한 안전판'이 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때문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아직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편성된 1차 추경과 512조원 규모의 본예산 집행률 제고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2차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주부무처인 기획재정부도 내부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재정투입 동향 △추가 추경 집행시 재원문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 등을 폭넓게 검토하며 2차 추경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후 논의 급물살 = 23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 불가피성에 대해 당·청을 중심으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올해 내내 세계 경제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추경만으로는 경제 타격을 방어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 통과 전날인 지난 16일 "코로나19 대책은 이번 추경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상황이 오래갈 경우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2차 추경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도 "지자체가 (재난생계비 등을) 긴급 지원하면 중앙정부가 추후 추경을 통해 도와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정부 측에서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앞으로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2차 추경 등 재원 대책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에 대한 당정청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시기 = 문제는 시기다.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총선이 끝난 5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1차 추경액을 5월까지 75% 집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어느 정도 집행된 결과가 있어야 다음 추경 논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통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는 4월 총선이 끝난 이후에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다. 다만 1차 추경 집행 속도에 따라 더 늦춰질 수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추경을 하려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선거 전에는 국회가 열리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총선 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번 추경 심사 과정에서 6조원 정도를 증액하려 했으나 야당 반대로 추경 통과가 지연될 상황이 되자 11조7000억원 규모를 유지한 채 합의 가능한 것만 우선 처리하면서 '2차 추경' 필요성을 공개 거론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불과했던 2차 추경은 모두 10월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해를 신속 지원하고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상반기 내 두차례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
◆줄도산은 막아야 = 2차 추경이 편성된다면 핵심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대책만으로는 이들에 대한 정부의 안전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추가 추경을 통해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에 2~3조원을 추가 투입해 적어도 20조원대 이상의 자영업자용 '보증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신보에 예산을 출연하면 신보는 해당 출연금의 10배를 운용배수로 보증을 지원한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기금의 규모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정부대책에 포함된 규모는 최대 20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규모 역시 'IMF외환위기+@(기업 규모와 물가 상승분)'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안펀드의 경우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20조원을 조성했지만 부족해서 10조원을 더 늘렸다.
채안펀드와 함께 증권시장안정기금 역시 대규모 조성이 필요하다. 1990년에 처음 만들어진 증권시장안정기금 규모는 4조원이었다, 당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 시장규모는 1300조원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채안펀드나 증권시장안정기금은 일시적 유동성을 기업들이 해소하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다시 회수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으로 볼 필요가 없다"면서 "기업들이 무너지면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만큼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소득 도입도 쟁점 = 또 2차 추경의 규모는 현재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 재난소득 포함 여부와 이번 추경에 담지 못한 세입 경정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 긴급생활비, 재난기본소득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현금성 지원'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편적인 재난소득을 도입할지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추경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 규모를 2조4000억원 축소해 세출 예산으로 돌리면서, 2차 추경을 통해 최소 수 조원대 세입 경정을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작년 실제 경상성장률이 지난해 가을 2020년도 본예산 편성 때 삼은 전망치를 밑돎에 따라 올해 소득세, 법인세가 줄어드는 부분을 이번 추경에서 배제해버린 탓에 '세수 펑크'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경을 통한 세입 경정이 없으면 연말에 예산 한도가 있어도 집행할 돈이 없어 쓰지 못하는 사태가 닥칠 수 있기 때문에 2차 추경을 통해 이번에 축소된 2조4000억원을 포함한 최소 수조원의 세입경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추경안 검토보고서에서 정부가 2020년도 경상성장률 3.8%, 실질성장률 2.6%, 민간소비증가율 2.5% 등을 전제로 올해 세입예산안을 편성한 점을 거론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 올해 하반기에 추가 세입 경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