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구제 우선순위는 사람과 중소기업"
라이시 전 노동장관, 포루하 FT 칼럼니스트
"대기업 중심 '손실 사회화 이익 사유화' 반대"
월가의 무분별한 탐욕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발했다. 미국발 금융시스템 붕괴가 펼쳐졌다. 미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차 대공황을 막기 위해 은행권을 집단으로 구제했다. 현재 몇몇 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거대 은행들은 더 번창했다. 금융위기 전보다 더 부유해졌고, 독점적 지위는 보다 강화했다.
반면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집을 잃었다. 모기지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 압류된 집 상당수는 사모펀드기업에 넘어갔다. 법정 경매에서 헐값에 다량으로 사들였다. 블랙스톤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기업이다.
금융위기 뒤 10여년 동안 기업에 대한 각종 세금감면, 연준의 초저금리·양적완화로 주식시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런 식의 경제회복은 주로 자산을 가진 계급에 혜택을 몰아줬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노동자들의 주당 소득은 1974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붕괴 직전에 놓인 현재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제금융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socialise the losses, privatise the gains) 10여년 전 방식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빌 클린턴 행정부 노동부장관을 지냈고 현재 UC버클리대 교수로 있는 로버트 라이시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에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구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시 교수는 "미국 항공사들은 수백억달러 구제금융을 받을 자격이 안된다"며 "지난 10년 동안 항공사들은 경영진 보너스를 높이기 위해 현금흐름의 96%를 자사주매입에 썼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모든 항공사들은 노조와의 계약을 파괴하기 위해 파산제도를 악용했다. 하지만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자, 갑자기 납세자들에게 자신들을 구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월마트는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데, 노동자들에게 유급 병가를 주지 않는다"며 "코로나 대응법이 법제화됐지만 500명 이상 고용 기업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월마트는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맡기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은행 경영진을 입각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시 교수는 "항공사와 호텔, 기타 대기업에게 수십억달러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한 목적"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한 번 미국인의 이익보다 월가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때문에 폐쇄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문제이지, 경제가 아니다. 경제는 더 이상의 부양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업은 구제금융이 필요치 않다"며 "노동자들이 이 파고를 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병원들은 산소호흡기와 중환자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이시 장관은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도 "거대기업은 돈이 많지만 개인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은 담보를 활용해 초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문제는 개인이다. 개인당 1200달러 현금은 충분하지 않다. 일반적인 미국 노동자는 1000달러로 기껏해야 1주일밖에 못산다. 각종 생필품과 공과금, 집세, 모기지를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FT 칼럼니스트 라나 포루하도 23일자 칼럼에서 "시민과 소비자 개개인을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미국의 대중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루하에 따르면 뉴욕시 공립학교에는 학생 100만명이 다닌다. 코로나19로 학교를 즉시 폐쇄해야 했지만, 상당 기간 머뭇거렸던 이유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3/4가 빈곤선 이하의 가정 출신이기 때문이다.
학생 10명 중 한 명 꼴로 집이 없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무료 아침과 점심 식사로 칼로리를 충당한다.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테이크아웃 형태로 이런 학생들에게 아침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포루하는 "연방정부가 3개월 간 모든 집세와 모기지 대출금, 학자금 대출금에 대해 지급유예를 선언해야 한다"며 "또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의료비용을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기업을 지원하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포루하는 "항공사들은 지난 수년간 흘러넘치는 현금을 자사주매입에 쏟아부었다. 보잉은 사상 최대 아웃소싱 업체 중 하나다. 이제 공급망과 관련해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한다"며 "거대 석유기업이나 크루즈선박기업, 호텔, 카지노, 제약사, 드론 제조사들도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라는 마차에 올라탈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 구제에 있어 중소기업이 최우선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 96% 이상이 이미 코로나19의 고통을 느낀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현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파산할 것이라고 답했다.
포루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대출이 아니라 보조금"이라며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미 마진이 너무 적다. 추가로 빚을 진다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중소기업은 미국 고용의 83%를 책임진다. 당연히 구제의 1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자본지출(투자)은 최근 수년간 지속 상승했다. 중소기업을 먼저 구제해야 하는 이유"라며 "12년 전 은행권에 대한 구제와 달리, 이제는 손실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를 멈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다음은 중소기업
또 기업을 지원하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포루하는 "항공사들은 지난 수년간 흘러넘치는 현금을 자사주매입에 쏟아부었다. 보잉은 사상 최대 아웃소싱 업체 중 하나다. 이제 공급망과 관련해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한다"며 "거대 석유기업이나 크루즈선박기업, 호텔, 카지노, 제약사, 드론 제조사들도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라는 마차에 올라탈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 구제에 있어 중소기업이 최우선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 96% 이상이 이미 코로나19의 고통을 느낀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현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파산할 것이라고 답했다.
포루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대출이 아니라 보조금"이라며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미 마진이 너무 적다. 추가로 빚을 진다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중소기업은 미국 고용의 83%를 책임진다. 당연히 구제의 1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자본지출(투자)은 최근 수년간 지속 상승했다. 중소기업을 먼저 구제해야 하는 이유"라며 "12년 전 은행권에 대한 구제와 달리, 이제는 손실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를 멈추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