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전 불가피
치료제 나오거나 60% 감염돼야 멈춰
가을에 다시 유행할 가능성 … "감염병전문병원 등 방역자원 준비해야"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국내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오는 가을 겨울에 더 심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4월 5일까지 집중 사회적 거리두기를 국민들에게 권고하면서 학생들의 개학 여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3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며 "차단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완화정책으로 갈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스페인독감 때도 감염이 시작된 봄보다 가을 겨울에 더 크게 유행한 사례가 있었다. 코로나19도 스페인독감유행 때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임상위원회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방역당국의 차단정책이 단기적인 효과를 봤다"면서도 "언제까지 차단정책을 할 것인가"고 물었다.
왜냐하면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방법은 두가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나오거나 전국민의 60%이상이 감염되면서 집단면역상태가 돼야 하는데, 지금의 방역정책은 감염을 늦추는 방식이지 종식시키는 접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올해 안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처럼 조사를 덜하고 폐렴증상이 심한 사람들만 치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방역을 방치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초기 우한이나 지금의 이탈리아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 자체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 인구밀집도가 높고 소규모 집단 감염들로 한국 방역의료체계를 위협할 우려도 있다.
◆의료시스템 감당 가능한 선에서 방역 유지 = 전문가들은 방역의료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발생하는 수준으로 유행을 통제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의 임상현황을 보면, 80% 정도는 거의 치료가 필요 없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도 초기에 발견해 대응하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조기 검진을 하고 신속 치료를 하면 코로나19 증상을 관리하는데 임상적으로 어렵지 않으니 의료시스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방역을 진행하면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병행해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상위는 중앙감염병병원 설치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는 감염병의 연구예방, 전문가 양성과 교육, 환자의 치료 등을 위한 시설, 인력과 연구능력을 갖춘 감염병전문병원 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코로나19가 사회적 격변으로 이어지고 향후 진행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중앙감염병병원 설치를 사태 종식 이후 장기 과제로 미루지 말고 신속하게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병률 차의과학대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여름에는 지구 하반구에서 유행을 하다 가을 겨울이 되면 북반구에서 다시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만큼 힘들더라도 장기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한국에서는 학습효과가 생겨 신천지교회 집단감염사례같은 대규모 집단감염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소규모 집단 감염을 더욱 철저히 방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