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 현금지원 나선 지자체들
서울 경기 경남 등 10곳 계획 발표
대상 규모 제각각 "정부 일괄시행"
"타이밍이 중요" 발빠른 지원 절실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 생계비' 지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서울시에서 시작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3일 현재 광역지자체 17곳 가운데 10곳이 지원계획을 내놨고, 기초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명칭과 지원규모 등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합리적이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시행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 경기도는 취약계층긴급지원비, 대전시는 긴급재난생계지원금 등이다. 경남도(긴급재난소득)와 전북 전수시(재난기본소득), 부산 기장군(긴급재난지원소득)처럼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쓰는 지자체도 있다. 지원 대상과 금액은 더 다양하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7000가구에 30만~50만원씩 준다. 광주시는 실직자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확진자가 다녀간 상점 45곳에 100만원을 주기로 했고 전북도는 2주간 문을 닫는 학원과 종교시설, 실내체육시설 등 1만3000여곳에 70만원씩 긴급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중위소득 100% 이하 32만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것 외에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 8만5000명에게 3개월분 공공요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추경예산으로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를 만들어 지원할 방침이다. 크게 저소득층과 긴급복지특별지원, 긴급생계자금 등이다. 이를 통해 대구시 103만 가구 중 64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방식은 선불카드와 상품권 등이다. 코로나 생계비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흘러가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필요한 재원은 재해 및 재난 관련 기금을 우선 사용한다.
지자체들이 코로나 생계비 지원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그만큼 서민 경제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간 격차가 생기는데다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상자 선정의 불합리, 지원금액의 비합리, 복잡한 지급절차로 인한 행정력 낭비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정부가 합리적이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는 23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정지원을 중앙정부가 합리적이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위는 이날 성명에서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정부가 다양한 선정기준과 지원금액, 지급 절차를 설계해 긴급재정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국가적 문제에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코로나19 위기를 효율적으로 해소하려면 중앙정부가 합리적이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태영(경기 수원시장) 특위 위원장은 "모두 함께 겪는 재난인 만큼 지역간 차별 없이 공평하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재난극복 긴급재정지원을 통해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면, 지방정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사회적 약자를 안정적으로 보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한 비정규직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플랫폼 노동자, 음식·숙박·서비스·제조·운수 종사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씩 두달 간 총 100만원의 재난극복 긴급지원비를 지급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지원하되 차후에 제도화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과거 무상급식 사례처럼 지역별 상황에 맞게 신속히 지급하고, 차차 통일된 제도를 만들어가면 된다"며 "코로나 생계비 지원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데, 소비심리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위축되기 전에 발빠르게 자금을 지원해 죽어가는 지역경제에 긴급수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