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를 여는 사람들│⑨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한 사람이 나무 10그루를 심자"

2020-04-13 11:06:54 게재

동북아시아는 하나의 숲 … "바이러스 창궐, 기후변화, 미세먼지는 개발·생태계 파괴서 비롯"

5년 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한국사회는 '전환의 시대'를 요구받고 있다. 그간의 관주도, 돈 중심, 공급자 위주의 보건복지제도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인권과 편의성을 높이며 자주적 참여와 민관협력으로 지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갈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국 곳곳에서 혁신적 실천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람과 단체들의 경험을 소개하고 나눠 사회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협 받고 있다. 최근 10년사이 지카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이 세계인을 위험에 빠뜨렸다.

2013년 몽골 바양노르 사막화방지 후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제공


이런 신종바이러스 유행이 잦아지고 있는 원인을 과학계에서는 "숲이 파괴돼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25일 가디언에 유엔환경계획(UNEP)은 "1940년 이후 신종 전염병 75%가 숲이 파괴되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페루에서는 아마존 숲에 농토와 도로를 만들면서 그 이전에 매년 600건의 말라리아가 발생한 것에 비해, 이후 12만 건으로 늘어났다.(예일대, 2016년 6월 발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기니, 콩고 등에서 발생한 에볼라(치사율 60%)도 이 지역의 숲을 개발한 이후 발생한 전염병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도 신종바이러스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륙의 높은 산맥들의 만년설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데 고대의 바이러스가 깨어 날 수 있는 것이다.

푸른아시아 몽골조림지에서 2019년 5월 사막화방지를 위해 몽골 주민들이 묘목을 심고 물을 주고 있다. 사진 푸른아시아 제공


올해 1월 7일 신종바이러스 정보를 올리는 데이터베이스 '바이오 알카이브'(BioXive)에 미국 중국 과학자들이 "1만5000년 전 티벳 북서부 굴리아 빙원에서 33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 중 28종은 과학자들도 처음 보는 고대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가 인류와 만났을 때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인류가 산업화 공업화 도시화를 반자연적으로 진행하면서 숲이 파괴되고 빙하가 녹으면서 '닫힌 문'이 열렸다. 앞으로 인류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를 계속 만나게 될 것"이라며 "숲을 살리고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는 국제적 연대와 일관된 정책·실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푸른아시아는 '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체'로 1998년 창립된 한국휴먼네크워크이 개칭됐다.

2007년 몽골 바양노르지역 사막화 모습. 사진 푸른아시아 제공


◆한국 기후변화 대응 부실 = 현재 200여 개국이 참여한 유엔기후변화협약, 유엔사막화방지협약과 15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6000여 개 지방자치단체 연합체 이클레이, 시민단체, 종교간 회의 등 국제적 연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 국제적 연합체들의 지향점은 2018년 24차 유엔기후총회에서 결정한 지구기온 1.5도 상승 제한이다. 2021년부터 적용된다.

오 상임이사는 "국제사회는 온실가스를 더 과감하게 줄이는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에너지 가격도 크게 작용한다. 국제적으로 2020년 1kw 에너지 생산에 '원전은 120원, 석탄 가스 태양광은 80원, 풍력은 70원(한화큐셀 통계)' 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 상임이사는 "블랙록을 비롯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석탄과 석유에 대한 투자회수를 시작했다"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과감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5일 '저탄소비전포럼'에서 2050년 온실가스 100%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40%∼75%를 줄이는 시나리오를 제안했을 뿐이다. 또한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7%감축한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실행방법 제시가 미흡했다.

2006년 몽골송깅하이르구 환경난민대책 논의하는 모습. 왼쪽에서 첫번째가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사진 푸른아시아 제공


◆한국 북한 몽골 중국 연대 절실 = 또한 정치권의 논의와 계획도 부실하다. 이번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민생당 정의당 녹색당이 '그린뉴딜'이라는 정책을 공약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에 한정된 공약들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앤다거나 2030년 경유자동차 100% 교체 등은 국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부의 효과는 있지만 기후변화 위기 등의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

오 상임이사는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신종바이러스, 미세먼지 등 문제의 원인은 한국 외부로부터 들어오거나 국경을 넘어 진행되는 것이기에 국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국제적 협력과 연대 속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집단의 협력,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 등으로 한국이 이룬 방역철학 기술 등이 세계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이 기후위기·미세먼지 대응 등에도 기획 단계부터 실천까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전문가들과 대안을 나누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국경을 넘어 동북아 차원에서 진행되는 기후위기, 미세먼지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북한 몽골과 연대도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은 매년 110만 명의 시민들이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최대 현안으로 보는 중국은 2013년부터 750조원을 들여 석탄 사용을 40억 톤에서 10% 줄이고 미국의 2배 규모로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군인 6만 명을 동원해 한반도면적의 1.5배 넓은 땅에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중국은 몽골에서 오는 황사 폭풍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 상임이사는 이 대목에서 한국 중국 몽골이 하나의 공동목표로, 몽골 황사발원지의 토양복구를 같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황사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생태복원을 하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오 상임이사는 "북한도 2019년 12월 북한지역의 온실가스 36%를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줄이겠다고 선언했다"며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4개국이 아시아 그린뉴딜을 함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자립형 나무심기 모델 삼아야 = 오 상임이사는 앞으로 10년간 아시아 그린뉴딜을 위한 푸른아시아의 계획을 밝혔다. 먼저 몽골에서 20년간 진행해 온 마을커뮤니티와 주민 참여 모델을 전 몽골지역으로 확산할 것이다.

오 상임이사는 푸른아시아를 통해 몽골에 지난 2000년부터 축구장 1200개 크기의 땅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 방지에 일조했다.

몽골 8개 지역 200가구 1000명의 주민과 함께 협동조합과 마을 공제회를 만들어 마을 단위 사막화방지 조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돈이 되는 비타민나무(차차르간)를 심고 묘목을 키워 팔았다. 사막화방지 활동이 마을주민들의 소득증가를 가져왔다. 이와 관련 2014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푸른아시아에 유엔이 주는 환경노벨상인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오 상임이사는 "이런 사례를 북한의 산림과 토양 복원 모델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국내에도 적용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푸른아시아는 캠페인만이 아니라 실제로 아파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학교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해가는 교사들과 학생들, 직장에서의 경험을 갖춘 활동가와 커뮤니티를 체계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오 상임이사는 "1인 10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북한 몽골 중국의 10% 시민들만 참여해도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서울 면적의 33배인 2만km² 규모의 숲을 만들 수 있으며, 한반도 크기인 20만km²의 생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황사 발원지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

오 상임이사는 "동북아시아 1인 10그루 나무심기 운동 그것은 숲 생태계를 회복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신종바이러스를 발생시킨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닫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 상임이사는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사우. 2017)는 책에 기후변화 위기, 미세먼지, 사막화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과 아이디어, 제안들을 담았다.

["가까운 미래를 여는 사람들" 연재기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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