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트럼프의 위험한 코로나 도박 … '조기 경제활동 재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셧다운된 미국을 조기에 개방하려는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최종 결정권을 주지사들에게 일임 했지만 11월 3일 대선 재선을 위해 위험한 도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저녁(현지시간) 코로나 사태 완화시 미국을 단계별로 재 오픈할 수 있는 '3단계 미국 재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결정은 주지사들에게 일임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택대피령, 거의 모든 사업장 폐쇄 등 제한조치를 내리거나 완화, 해제 권한이 미국법상 주지사들에게 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사태 악화시 책임은 주지사들과 나누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뜻이 맞는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을 중심으로 단계적 조기 재개를 선도하게 해 불경기 여파를 최소화해서 11월 3일 대선에 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3단계 미국의 재개 가이드라인 = 백악관은 18쪽 분량의 '3단계 미국의 재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주지사들은 단계별로 조건이 충족될 경우 개인과 사업장, 단체의 경제활동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방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 14일간 코로나19 증상과 감염, 환자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병원들이 모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개인, 사업장, 공공시설에서 재개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1단계 조건을 14일간 충족할 경우 물리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지킨다는 조건아래 식사와 예배, 극장과 스포츠 시설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또 직장에서는 순차적으로 업무복귀를 시작하되 원격 근무를 계속 권장하게 된다. 그러나 1단계에서는 위험군에 대한 자택 대피령, 노인 요양원과 병원 방문금지, 10명이상 모임 불허, 학교들의 휴교, 술집 폐쇄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2단계는 1단계 조건을 두 번 충족했을 경우에 취할 수 있는데 1단계에서 허용되기 시작한 식당과 예배, 극장과 스포츠 시설 등에서의 거리두기를 조금 더 완화해 시행할 수 있게 된다. 2단계에서는 학교의 문을 다시 열게 되고 비필수 여행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2단계에서도 위험군의 자택대피, 외출자제령과 노인 시설 방문금지, 공공장소에서 거리두기 등은 계속 시행된다.
3단계는 1단계 조건을 세 번이나 충족시킬 때에 적용하는데 이때에는 위험군 마저도 일정한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상호 활동을 할 수 있게 허용된다. 노인 시설 방문도 재개되고 술집 영업도 스탠딩 룸을 더 늘려 영업할 수 있게 되는 등 대부분 정상화 시킬 수 있게 된다.
◆플로리다 해변부터 재개방 시작 = 트럼프 대통령이 3단계 미국의 재개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최종 결정권을 주지사들에게 일임하자마자 일부 주지사들이 엄격한 제한조치를 부분 완화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는 주내 해변 바닷가, 해수욕장 문을 다시 열었다. 18일과 19일 플로리다의 유명 해변에는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대한 지키도록 독려해 집단 모임을 갖거나 다른 사람들과 밀착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보트나 요트장부터 문을 다시 열게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이어 이번 주부터 해변 바닷가도 재개방한다고 발표했다.
텍사스는 트럼프 발표 후 가장 먼저 단계별로 재오픈 시킬 것임을 선언하고 전문가들 권고를 수용한 단계별 재개 방안을 곧 마련하고 5월 1일까지는 상당부분의 경제활동을 재개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공화당 출신 주지사이거나 공화당 아성인 주지역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의 재개방, 조기 정상화 방안에 발맞추기 시작한 분위기이다. 민주당 주지사 또는 민주당 아성인 뉴욕주와 뉴저지, 코네티컷주도 서서히 문을 다시 여는 조치를 공동으로 취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데다가 같은 생활권인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주는 보트나 요트 정박지부터 개인들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단 충분한 거리두기, 소독세정제 사용 등을 엄수하고 개인사용에 한하며 배를 빌리거나 렌트하는 영업은 여전히 불허한다고 밝혔다.
◆3개 주지사 동맹결성 단체행동 = 미전역의 50개주와 워싱턴DC는 현재 전체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는 자택대피령, 외출금지령을 4월 말이나 5월 중순, 늦게는 6월초까지 발령해 놓았다. 생활필수품을 파는 그로서리 스토어와 편의점, 약국, 주유소 등 필수불가결한 업종만 허용하고 거의 모든 사업장을 폐쇄시켰다. 10인 이상 모임을 금지시켰고 6피트(2미터)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 한 곳도 늘어나고 있다.
최종 결정권을 일임 받은 미 전역의 주지사들은 동부와 서부, 중서부 등 3개의 주지사 동맹을 결성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에 보수단체들은 미 전역 곳곳에서 조속히 정상화 시키라는 시위까지 벌이면서 주지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현재 동부 7개주와 서부 3개주, 중서부 7개주가 연대한 세 개의 주지사 동맹들이 결성돼 단체행동에 나섰는데 언제 어떻게 재개방할지도 비슷하게 발맞춰 조치를 취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 7개주 주지사 동맹은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본 뉴욕주와 인근 뉴저지,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가 연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이 첫 합동조치로 보트나 요트 정박지부터 개인사용에 한해 재개방키로 한 것이다.
서부 3개주 주지사 동맹은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오리건이 공조에 들어갔다. 이들은 민주당 주지사 또는 민주당 강세지역이기 때문에 성급한 재개방은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코로나19 검사부터 늘리고 위험군 주시를 유지하며 의학, 과학적 데이터가 나오는 등 6가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단계별로 재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늦게 중서부 7개주 주지사 동맹이 결성됐는데 여기에는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시건, 위스컨신, 인디애나, 켄터키 주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재개방 가능 시기 주별로 달라 = 트럼프 대통령이 3단계 미국의 재개방 지침을 발표한 후 일부 주지사들이 보트장과 해변부터 개방하기 시작했으나 재개방 가능시기가 각 주별로 5월초에서 6월초까지 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와이 등 4개주가 5월 4일부터 가능한데 비해 캘리포니아 등 12개주는 5월 18일부터 뉴욕, 뉴저지, 플로리다, 텍사스 등 10개주는 6월 1일, 워싱턴 수도권 일원과 조지아 등 15개주는 6월 8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에서 인용하고 있는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 모델 연구 보고서 17일자 업데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월초부터 6월초 사이에 자택대피령, 사업장 폐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제한조치들을 완화 하며 재개방하기 시작할 수 있으나 각주별로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가장 빠른 5월 4일부터 재개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주지역은 하와이 등 4개주로 코로나19 사태도 덜 심각한 지역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