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① 전자책
비대면 문화 확대 … 전자책 확장에 유리
구매 후 바로 읽을 수 있어
다양한 콘텐츠 확보 과제
코로나19가 사회의 많은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받던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근무하던 모습은 재택근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일상 속에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요. 내일신문은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는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형태의 책을 읽는지, 앞으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1. "전자책 리더기 사볼까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을까요? 가볍고 눈 안 피로하면 됩니다. 가격도 너무 안 비싸면 좋겠고요." 지난 2월 말 송경진씨가 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댓글을 통해 이북 리더기를 추천받아 구입해 3월부터 전자책을 읽고 있다. 이전에는 종이책으로만 책을 읽었는데 전자책으로는 처음 읽기 시작했다. 리더기는 휴대하기가 편해 출퇴근길에 짬짬이 읽으면서 벌써 3권째 전자책을 읽고 있다.
#2. 서울에 사는 A씨는 3월부터 전자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다.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던 그는 이용하던 공공도서관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휴관을 하자 전자책을 읽게 됐다. 예전에 이용했던 한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어플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전자책을 읽기 시작해 평소 읽고 싶던 책 1권을 다 읽었다.
코로나19 이후 전자책을 읽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외출을 적게 하면서 독자들이 결제한 이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문화의 확장은 전자책의 성장에 유리한 여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자책 구매·도서관 대여 증가 = 실제로 전자책 업체들은 독자들의 이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리의서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거의 없던 1월 대비 3월 월별 평균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 Daily Active Users)가 28% 증가했다. 리디북스의 3~4월 이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3월 교보eBook 모바일 페이지뷰(PV)는 지난 2월 대비 40%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탁 슬 교보문고 eBook사업팀 MD는 "코로나 이슈가 본격화하면서 외부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바로 결제해 열람할 수 있는 이북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도서관들의 전자책 이용률도 늘었다. 마포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 2월 5887권에 머물던 전자책 대출건수가 본격적으로 임시휴관을 시작한 3월에 9550권으로 증가했다. 성북구립도서관은 전자책 대출권수가 지난 2월 3051권에서 3월에 7022권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있기 이전에도 전자책 독자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독서율은 16.5%로 2015년 10.2%, 2017년 14.1% 순으로 증가해 왔다.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30% 이상으로 나타났다.
휴대가 간편한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 온라인으로 구매 후 바로 읽을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문화의 확장은 전자책 독자가 확장하는 데 유리한 국면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전자책 이용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일상적 이용과 같은 모바일 혁명으로 증가세를 보여왔으며 웹소설과 웹툰 시장의 급성장이 이를 상징한다"면서 "코로나19의 여파로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도서 대출 수요 중 상당수가 구매 수요로 이어지며 도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처럼 비대면 문화와 비대면 경제의 확장은 전자책 지형의 확장에 매우 유리한 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 필요" = 다만 전자책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종이책은 수천년 동안 발전해 왔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왔다. 전자책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출간되는 모든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특정 분야의 경우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 예컨대 최근 공공도서관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임시휴관을 한 가운데 성인은 물론 온라인 개학을 한 학생들을 위한 전자책 서비스를 강화했는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책들은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종이책 출간과 시간차가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백 대표는 "전자책, 그 중에서도 종이책 기반 전자책은 종이책과 동시 출간이나 시간차 최소화로 콘텐츠풀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이 외 짧고 저렴하고 매력적인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을 공급하고 종이책 오디오북과 연동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전자책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서나 학술서 등 전자책으로 제공되면 종이책 판매 수요가 줄어들 것 같은 분야나 출판사 저자는 아직도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수 책문화콘텐츠 대표는 "국내 일반 전자책 시장 규모는 미국의 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면서 "만약 코로나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전자책의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고 활용가치도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종이책과 동시에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양질의 콘텐츠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활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