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덩치 키운 중국 은행들, 글로벌 시장 적극 공략

2020-05-12 11:52:42 게재

영국 이코노미스트 스페셜리포트Ⅱ

"유럽 은행들은 영향력 급격히 줄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 6위 규모 은행인 모간스탠리 CEO는 올 2월 초 "진지하게 생각할 라이벌 은행이 거의 없다"며 "그나마 있는 경쟁자들도 몇 블럭 옆에 붙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은행들은 유럽 은행들의 몫을 계속 빼앗고 있다"며 "아시아 은행들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글로벌 확장이 불가능한 것으로 증명됐다. 그들은 스포츠카나 화려한 호텔을 사들이지만 실속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며칠 뒤 모간스탠리는 대형 증권사 '이트레이드'(E-Trade)를 1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월가 은행의 인수금액으로는 최고액이었다.

얼마 안돼 코로나19 위기가 닥쳤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다우존스 지수가 절반이나 주저앉았다. 지난해엔 약 1/3 상승했었다. 시장 급락으로 대형은행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린 건 아니다. 하지만 월가 은행들로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시기다. 반면 신흥국 시장을 조심스럽게 공략하는 중국 은행들로선 행보를 재촉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중이다. 새롭게 진입하는 외국계 은행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의 덩치는 이미 거대하다. 총자산은 미국이나 유럽 은행을 추월했다. 또 국경을 넘는 해외 대출도 늘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은행의 주 소득원이다. 중국 은행들이 해외에 빌려준 대출 총액은 2016년 이후 연평균 11%씩 늘어나고 있다. 외부인들이 깜짝 놀라는 또 다른 지점은 복잡한 자본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 은행들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경쟁 은행들보다 3배 많은 투자금융 수수료를 벌었다. 전 세계 은행들의 수수료 총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에서 지난해 14%로 껑충 뛰었다.

거대한 자산의 힘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하기 직전, 유럽 은행들이 국경을 넘는 해외대출의 왕좌를 지켰다. 유럽 은행들은 전체 해외대출의 71%를 차지했다. 2000년 10조달러에서 2008년 35조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붕괴에다 2010년대 초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럽 은행들은 시장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각국 금융당국은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에게 자본 확충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은행들은 신주를 발행하거나 이익을 유보해야 했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의 상황으로선 분자(자본)를 늘리기보다 분모(자산)를 줄여 기준에 맞춰야 했다. 해외 자산을 떨구기로 했다. 방만하게 늘린 자회사들을 매각하거나 폐쇄했다. 현재 영국과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은 전 세계 31조달러 규모 해외대출시장에서 47%를 차지한다.

은행들이 자국의 경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기란 어렵다. 2010년대 전반에 걸쳐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미미했다. 코로나19 위기는 2020년 역시 기대 이하의 해로 만들 전망이다. 유로존 전역에 걸쳐 이미 상당 기간 마이너스 상태인 기준금리는 추가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은행들의 '유형자산 대비 수익률'(ROTE)은 6.6%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은 10%를 표준으로 본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플러스 기준금리와 상대적으로 활발한 경제 덕분에 지난해 두자릿수의 ROTE를 기록했다.


유럽 은행들은 구조적으로도 불리하다. 미국 은행들은 자국의 넓고 통합된 시장에서 큰 도움을 받는다. 각종 대출을 묶어 새로운 상품을 만든 뒤 자본시장에 풀어놓으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두 가지 모두 부족하다. 회원국 사이에 불화로 금융연합을 완성하려는 계획이 좌절되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 아이린 피넬-오니그만 교수는 "국가간 은행 합병을 통해 대형은행을 만들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을 융합하려는 노력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로 오히려 자본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 브렉시트로 유럽의 주요 금융중심지였던 런던이 EU에서 분리됐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 은행들이 달러시스템 내에 있다는 점이다. 유럽 은행들이 해외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중량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은행은 중개자 역할에 머물러 있다. 미국 뉴욕에서 달러를 가져다 지구상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것. 유럽 은행들은 유럽을 벗어나면 대부분 달러로 대출한다. 하지만 유럽은 달러를 찍어낼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단기 머니마켓펀드에서 달러를 빌려야 한다. 이는 스스로를 가혹한 상대방에게 인질로 잡히는 격이다. 스위스의 한 은행 CEO는 "유럽의 많은 은행들이 2012년 비틀거렸다"며 "미국 펀드들이 돈을 떼일 수 있다는 걱정에 서둘러 유럽 은행들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이 후퇴하는 사이 아시아의 은행들이 그 간극을 메우고 있다. 자국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일본 대형은행들은 '수익 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현재 글로벌 대출시장에서 일본 은행들의 비중은 16%다. 2008년 직전보다 2배 늘었다. 하지만 일본 은행들의 적극적 활동은 다소 경솔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익을 중시한 나머지 미국의 리스크 높은 증권상품들을 계속 축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대형은행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에드먼드 린은 "동남아시아 은행들은 2000년대 위험한 투자를 삼갔다. 따라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술적 측면을 업그레이드했다. 동남아의 원기왕성한 경제는 이들 은행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들의 지역 내 총자산은 2002년 이래 5배 증가했다. 반면 글로벌 은행들은 2배 늘었다.

많은 이들은 중국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여긴다. 2008년 중국 은행들은 40조달러 자산 규모로 멀리 떨어진 3등이었다. 하지만 이젠 유로존과 미국 은행들을 추월했다.

금융안정위원회가 선정하는 '국제금융계 중요은행'(GSIB) 30곳에 중국의 빅4 은행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이다. 2012년엔 단 1곳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은행들이 상당수 무수익여신을 갖고 있고, 국가에 통제 받는다고 지적한다. 이들 은행의 경영진은 온정주의적인 것으로,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단순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중국 은행들은 오랜 기간 안방시장에 몰두했다. 자국 시장점유율이 98%에 달한다. 국제화를 꾀한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많은 은행들이 글로벌 리그에 진입하는 노하우를 얻으려 애썼다.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잘 나가는 은행들을 '전략적 주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이후 미국 은행들은 지분을 청산한 뒤 떠났다. 중국 은행들도 안방시장에서 더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따라서 글로벌화 계획은 축소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은행들은 은밀히 활동을 넓히고 있다. 기업고객들의 요구에 맞추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안방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해외로 속속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맞춰 은행들은 무역금융을 시행하고 지방의 지점에서 예금을 취해 현금관리나 외환거래 등 지방기업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또 은행들은 중국이 신흥국에 계획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펀딩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의 존 오트는 "중국 은행들은 거대한 자산을 갖고 있는 데다 도급업자로서의 이력을 쌓은 덕분에 종종 외국 경쟁 은행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의 문어발 확장

중국 은행들의 촉수는 해외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빅4 은행들은 현재 최소 618곳의 글로벌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중국 은행이 해외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서 7%로 확대됐다. 장부에 등재된 자산 중 외국자산 비중이 9%에 달한다. 이들의 족적은 서구 은행들과는 다르다. 중국 은행들은 해외대출의 2/3를 신흥국에 할당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압사은행의 하스넨 파라왈라는 "아프리카에서 중국 은행들은 계속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거대한 촉매제다. 컨설팅사 RWR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2013년 이후 일대일로 820개 사업에 6000억달러 가까이 대출했다. 비공식 총계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은행 단독으로 2013~2019년 중반까지 600개 일대일로 사업에 1400억달러를 대출했다. 중국 은행들은 일대일로 경로를 따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낸 지점은 76개다. 그중 상당수가 2018년 이후 개설됐다. 상업은행들은 중국개발은행 또는 수출입은행 등 정책은행들과 업무를 분담한다. 정책은행들은 항구와 철도처럼 저수익 인프라 건설에 자금을 대는 반면 빅4 은행들은 인프라 주변의 쇼핑센터나 상업부동산 등 주로 돈벌이가 되는 편의시설에 집중한다. 상당한 액수의 대출이 중국 은행들의 비은행 자회사에 의해 이뤄진다.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많은 국가 기관들 역시 은밀히 신용을 제공한다. 독일 경제학자들은 2019년 논문에서 '국제기구들이 중국 공식대출에서 약 50%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기적 피해는 중국 빅4 은행들의 덩치를 추가적으로 키울 수 있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서 24%를 차지한다. 미국에 이은 2위다. 이들 기업은 자연스런 이점을 가진 아시아에 집중할 수 있다. 중국 은행들은 또 무수익여신이 점차 늘어나는 자국시장을 벗어나 다각화하기를 원한다. JP모간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1980년대 값비싼 자산들을 마구 사들였던 일본 은행들과 달리, 중국 은행들은 앞으로 경쟁자들을 이기게 될 전략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은 잘못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점차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증권을 발행하면서 스스로 자본을 조달하는 추세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을 통해서다. 전통적인 은행 대출을 회피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권은 2008년 이후 은행보다 2배 빠르게 자산을 축적해왔다. 이들이 덩치는 현재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약 184조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 증권발행업자들은 여전히 은행에 의존한다. 하지만 흐름의 전환은 수수료 벌이를 하는 이들에게 유리하다. 즉 증권발행을 주선하거나 그런 증권을 인수하는 것을 통해 얻는 수수료가, 자산을 기반으로 대출을 통해 얻는 이자보다 수익성이 높다.

모간스탠리 CEO 제임스 고먼은 "그같은 측면에서 미국 은행들은 큰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은행들은 자국내 금융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미국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수익성 높은 자본시장이다. 미국이 글로벌 투자금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다. 2009년 36%에서 상승했다. 세계 5대 은행은 모두 미국 국적이다. 일부 유럽은행, 특히 BNP파리바의 경우 비틀거리는 동료은행들로부터 고객과 사업을 낚아채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은 자신의 뒷마당에서조차 수익성 높은 최고의 사업들을 미국 은행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투자금융에서 경쟁력을 얻으려면 투자자와 기업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중국 은행들이 아직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의 많은 은행들은 여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2015년 중국 당국은 증시 패닉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에 의지했다. 지난해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게 대출을 하라'고 지시했다. 외국계 은행들을 끌어들여 2인3각 합작을 하려던 시도도 실패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중국 국가소유 기업들의 완고한 계층구조가 월가의 자유로운 영혼들과 잘 조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013년 홍콩의 저명한 증권사 CSLA가 국영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에 인수된 이후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은 눈에 띄지 않게 도약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은 자금조달 루트를 다각화하고 해외업체 인수를 위한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달러부채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달러부채만 3100억달러에 달했다. 2016년엔 710억달러였다. 중국 은행들은 이들 기업의 달러부채를 연합으로 또는 심지어 단독으로 인수하고 있다. 자국의 거대기업들과 연계를 밀접히 하면서 외국 투자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금융상품 판매나 전자거래 등 능숙하지 않은 금융서비스를 서구 은행들에 외주한다. 그런 뒤 자신의 브랜드를 붙여 재판매한다. 중국 은행들은 이를 통해 고객들의 금융지갑에서 점차 많은 몫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은행들은 또 일류 증권업무에도 발전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는 아시아시장에서 골드만삭스를 누르고 첫 번째 톱리그에 오른 지역은행이 됐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 덕분에 이득을 본다. 금융데이터기업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기업공개를 통해 50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기업은 홍콩 증시에서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홍콩은 2019년 세계 최대 기업공개 허브였다.

로펌 베이커 앤 맥킨지의 아이비 웡은 "중국이라는 시장이 뉴욕의 경쟁시장을 곧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의 증권시장은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각종 저항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은 대신 홍콩 시장에서 정치적 논란 없이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2019년 6월 시작된 중국과 영국의 교차 상장제도인 '후룬퉁'(Stock Connect)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홍콩 시위 여파로 중국 증시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홍콩이나 상하이 등을 벗어나 싱가포르 등 주변의 경쟁시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하지만 홍콩 소재 한 미국 은행은 "중국 당국의 눈총을 꺼리는 외국계 은행들이 감히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은 아시아 금융중력의 구심으로서 지위를 굳히고 있다. 중국 투자금융 매출은 2000년 5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0억달러로 늘었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외부인들을 계속 끌어들인다. 게다가 중국은 시장을 개방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외국인이 자국 은행의 지분 전액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또 외국인들은 자산관리회사와 연금 매니저, 중개인 등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엔 증권사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한도를 없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업자들이 45조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현지인들과 팀을 이루거나 자회사에 종잣돈을 대고 있다. 중국 최대 P2P 대출플랫폼 '루진숴'의 그레그 기브는 "매주마다 전 세계 최고로 꼽힌다는 15개의 증권사들 중 한 곳이 우리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땅을 일구기란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토종 은행들은 무려 25년에 걸쳐 거대한 대륙을 가로지르는 지점과 연락망 네트워크를 건설했다. 중국 은행들은 종종 지역 기업들에게 기타 서비스를 끼워팔면서 투자금융을 홍보한다. 따라서 외부의 경쟁자들보다 저가의 수수료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2007년 중국이 처음으로 외국계 은행의 진입을 허용했을 때, 중국은 입지선정에서 불이익을 줬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영업하라고 강제하면서 경쟁을 방해했다. 오늘날 외국인들의 중국 금융시장 점유율은 1.5%에 그친다.

현재의 신규 진입자들은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돈을 벌 만큼 충분히 덩치를 키우기 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미국계 회사의 임원은 "우리는 단기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지방 회사와 연계한 또 다른 외국계 금융기업은 "정보의 흐름이 오직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로선 외국계로부터 효율적인 시장 조성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 받기를 희망한다. 많은 이들은 여러 외국계 기업들과 합작벤처를 시작했다. 금융의 전 영역을 커버하기 위해서다. 중국은행의 전직 CEO는 "중국은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금융산업을 자동차산업과 비교했다.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산업에서의 외국인 소유권 제한을 풀었다.

하지만 자동차와 금융업의 비교는 외국계 은행에게 닥칠 잠재적 위험을 시사하기도 한다. 2007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지리자동차가 영국 런던의 전통택시 제조사인 블랙캡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6년 후인 2013년 지리자동차는 블랙캡을 인수했다. 지리는 이제 우버를 능가하는 블랙캡 전기차를 내세우며 영국 도로를 가득 메울 심산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스페셜리포트" 연재기사]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