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국제선 언제…” 한숨만

2020-05-14 10:37:44 게재

4월 국제선여객 97.8% 감소 … 침체장기화땐 시장재편 가속

코로라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시름이 깊다. 하늘길이 닫힌지 벌써 3개월에 접어들었지만 도통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정세를 보이던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외려 악화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3분기부터 개선될 거라는 낙관론(V자형 회복)보다는 완만한 상승을 점치는 U자형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선 시장상황이 2분기 들어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한국항공협회 항공포털을 보면 5월(13일 현재) 국제선 항공기 운항은 1838편, 항공여객은 3만5551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기간(213만3000명)보다 98.3% 줄었다. 사실상 운항중단 수준이다. 4월 같은기간(5만4313명)과 비교해도 34.5% 적다.


4월도 비슷하다. 10만6621명으로 전년대비 97.8% 줄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상황이 더욱 어렵다. 전년대비 3월 -96.5%, 4월 -99.6%로 급감했다. 해외교민 입국을 제외하면 거의 수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당연히 항공사 경영실적이 초라하다. 제주항공은 1분기(잠정치) 연결 재무제표 기준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엔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229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1.7% 줄었다.

15일 실적발표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매출 2조4558억원, 영업손실 2015억원, 당기순손실 7022억원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항공사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더 심각해 3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2분기 더 악화될 것 = 2분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 5월은 이미 포기했다. 다만 6월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및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모습이고, 미국 유럽 등도 봉쇄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등은 국제선 확대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 실행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운항하더라도 원래 탑승률 회복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코로나19 종식후 여행시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40%가 ‘6개월 이상 기다릴 것’이라고 답했다. ‘회복후 곧바로’는 15%도 안됐다.

이미 항공업계에서는 상반기 실적악화는 기정사실이고, 하반기 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항공사 관계자는 “ 각국에서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제가 개선돼야 하며, 여행심리도 회복돼야 정상화된다”며 “단기간에 시장여건이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셰이크 아흐메드 알막툼 에미레이트항공 CEO는 최근 "항공산업이 회복하기까지는 적어도 1년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발 더 나가 IATA는 “글로벌 여객수송량(RPK)은 2023년이 돼야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사 자구안 고심 = 시장침체가 깊어지면서 항공사가 심하게 압박받고 있다. 주수입원이 막힌 상황에서 막대한 고정비를 계속 지출해야 한다. LCC의 경우 월 300억~400억원, 대형항공사는 적게는 1500억, 많게는 5000억원 가량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LCC에 3000억원, 대형항공사에 3조원을 투입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항공사 자구책 마련도 빨라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13일 이사회를 개최, 1조원을 유상증자키로 했다. 정부지원 1조2000억원 등 2조2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5000억원 규모의 송현동 부지매각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연말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등 현재 대한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부채만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상반기 만기가 9000억원 규모다.

박성봉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선 여객수요 회복시점이 불투명하다”며 “유례없이 부진한 상황에서 여객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공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시장재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외에 추가적인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적절한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항공시장이 공급초과라는 설명이다. 현재 대형사 2곳과 7개 LCC 등 9개 항공사가 운항중이고 2곳이 취항을 준비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사수는 외국에 비해 많다. 항공사가 인구 1000만명당 2.1개, 면적 1만k㎡당 1.1개다. 이는 단위 인구.면적당으로 보면 일본( 1000만명당 1.04개, 1만k㎡당 0.34개) 중국(0.31개, 0.04개) 미국(0.81개, 0.03개) 유럽(1.44개, 0.18개)보다 많다.

김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들은 지금같은 돌발상황을 버텨낼 충분한 체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항공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건전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구도와 규모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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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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