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태환 농협축산경제 대표
코로나 이후 한우 판로 열린다 … 기회의 축산
식량안보 위기에 전세계 자국산 농축산물에 관심
한우 화상 경매 검토 … 유통 혁신시스템이 살길
코로나19 이후 외식이 감소했는데 한우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식당 가서 먹기 힘들었던 한우가 가정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국내산 축산물이 온라인쇼핑몰을 타고 집으로 배달되는 시대다. 김태환 농협축산경제 대표는 "축산업은 '이미 와 있는 미래'에 직면했고, 엄청난 속도의 유통 혁신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부터 축협에서 일해온 김 대표는 이처럼 빠른 축산시장 변화는 처음이라고 했다. 수십년 농가소득 증대를 고민했는데 한순간에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 대표는 "맥킨지에서 코로나19 이후 농수산시장 변화를 분석하니 국내산 농축산물을 먹겠다는 응답이 80%까지 나왔다"며 "농식품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농축산물 시장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축산시장을 흔들어놨다. 국내산 축산물 판로가 열렸지만, 낙농업은 위기를 맞았다. 등교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학교급식이 중단되자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는 학교로 가지 못하고 폐기됐다. 낙농업은 우유대금을 분유나 치즈로 결제하는 등 생존게임에 들어갔다.
축산농가를 괴롭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도 후폭풍이 거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강력한 방역대책을 쏟아낸 정부가 접경지역 축산농가들의 사육돼지 재입식을 8개월 이상 막고 있다. 김 대표는 여러 축산농가를 만났지만 정부 대책을 수긍하는 농민들은 없었다고 한다.
11일 오후 김 대표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축산업에 대해 물었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식량문제가 세계적 의제에 올랐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국가별 식량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축산분야에서는 국내산 소비의 기틀이 마련됐다.
맥킨지에서 아시아 7개국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사태 이후 자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호주의 경우 80%가 국내산을 찾겠다고 한다. 축산업계에 기회가 열린 셈이다. 국산 축산물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품질과 유통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우리 축산농가는 어떤 업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가 한 3월 브랜드 조사에서 목우촌이 1등을 했고, 안심한우가 2등을 했는데 신뢰를 이어가야 한다. 가정간편식처럼 축산물도 다양한 형태의 '라인업'이 구축되면 축산농가 소득도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 축산물 판매가 늘어난 원인으로 온라인유통망 확대가 꼽힌다. 유통시스템에 변화가 있었나.
3월 가정내 한우 소비가 증가하면서 도축두수가 5% 이상 증가했다. 한우고기 도매가격도 3월에는 7%, 4월에는 14.2% 올랐다. 한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 과정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농협은 전국에 8곳의 공판장이 있고, 질 좋은 한우는 음성공판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진다. 앞으로는 한우를 음성까지 직접 보내지 않고서도 음성 중도매인들이 현지 한우를 화상으로 보고 경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 한우를 거리가 먼 공판장까지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감염병 예방과 물류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자신이 먹는 한우의 유통 과정을 질 좋은 화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 코로나19로 우유 공급이 막혔는데, 낙농분야 대책은
우유는 생산조절도 안되고, 학교급식도 안된다. 친환경농산물꾸러미에 유제품과 치즈류는 들어가지만 우유는 포함 안됐다. 현재는 유통이 안되다 보니 멸균우유로 가공하고 있다. 6개월 보관이 가능하다. 갑자기 멸균우유 생산이 늘어나다 보니 시설이 부족해 가공조합에 300억원을 지원했다. 낙농조합은 우유대금을 보름마다 정산받고 있는데, 판매가 안되다 보니 우유대금을 분유나 치즈로 결제한다. 전지분유 1포에 20만원을 쳐준다. 농가들이 고통 분담하고 있다. 분유도 넘쳐나고 있다. 2019년 12월 분유 재고량은 농축협 859톤이었는데, 올해 3월 2458톤으로 늘었다.
■ 축산물 가격은 올랐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접경지역 농가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야생멧돼지 문제는 멧돼지에서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이를 막지 못하고 사육돼지만 막는 형국이다. 접경지역 농가들은 정부가 돼지 재입식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접경지역에서 사육을 금지하고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야생멧돼지도 잡지 못하면서 농가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 축산농가가 사료가격 인상과 퇴비 부숙도 문제에 관심이 높다.
사료에 쓰이는 곡물은 대부분 수입한다. 수입 곡물가는 이미 오래전에 올랐다. 농협사료는 시중 민간사료 회사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이번에도 가장 늦게 가격을 올렸다. 축산물 가격이 좋아 농가들이 사료 가격 인상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퇴비 부숙도는 1년 유예했다. 어떻게 보면 축산농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인데 축산업계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