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시급한데 휴대전화 추적에만 1주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선제대응 어려워" … 지방정부에 권한 더 줘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지자체에 권한이 더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확진자가 발생, 밀접접촉자 등 추적조사가 시급한데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려면 중앙정부와 경찰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2월 말 '코로나3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감염병 확진자나 의심자의 카드사용 내역, 위치정보 등 제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선제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감염병이 의심되는 이들을 추적해야 하는데 경찰을 통해 관련 자료를 요청하도록 돼있어서다.
실제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통과된 '감염병예방법' '검역법' '의료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감염병 환자와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 위치정보를 경찰관서에 요청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나마 다른 조항에 앞서 3월 4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경찰관서를 한번 거치는 절차' 때문에 초기대응이 필요한 접촉자 등 추적이 늦어지고 있다. 카드 사용내역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방문해 조회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통신사에 따라 4~5일이 소요된다. 질본에서 좌표를 분석한 이후 주소화해서 정보를 보내주면 1주일까지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3법'에 따르면 구청장이 자체 역학조사관을 두려면 법이 공포된 이후 6개월이 지나야 한다.
서대문구는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3명이 들렀던 지역 내 감성주점(춤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 출입자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방명록에 연락처를 기록한 269명 가운데 226명과 통화 과정에서 추가로 연락처를 확보한 58명까지 284명에는 '2주간 자가격리'와 '거주지 보건소 방문과 코로나19 검사'를 안내했는데 43명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아서다. 이들은 전화번호를 다르게 기재했거나 착신을 거부하고 있다.
출입자를 특정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카드사에 당일 업소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정보를 요청하는 한편 서대문경찰서와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했다. 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CCTV를 분석, 실제 방문자 규모를 파악하고 휴대전화 정보를 요청하는 형태다. 필요한 경우 경찰관이 구 공무원과 동행, 지원하기로 했다. 그래도 휴대전화 정보를 받기까지 만 하루 이상이 소요된다.
문석진 구청장은 "핫라인 구축으로 위치정보 공유까지 통상 1주일 정도 소요됐던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면서도 "경찰이 아닌 기초지자체장이 요청해도 신용카드 회사나 통신사가 즉시 관련 자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이와 함께 "국민 안전 문제인 만큼 앞으로는 신분증 확인을 거쳐 각종 유흥업소 출입자 모두 (인적사항을) 기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