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거짓말 학원강사' 피해 눈덩이
33명 확진, 수천명 검체검사
66개교 고3 학생 등교 못해
인천 넘어 경기도까지 전파
인천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위험지역이 됐다. '거짓말 학원강사'로 인한 n차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고등학교 3학년 등교 첫날인 66개 학교가 등교를 하지 못했고, 부천시 하남시 등 가까운 경기지역에서도 인천발 확진자가 나왔다.
22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을 다녀와 감염된 학원강사 A씨(인천 102번 확진환자)로부터 확산된 감염자가 인천에서만 29명이다. 부천과 하남 용인의 확진환자 5명도 모두 A씨로부터 비롯된 확진으로 분류됐다.
부천 확진자는 1살 여아와 그 부모다. 이 가족은 21일 인천시 미추홀구 탑코인노래방에서 감염된 택시기사 접촉자다. 이 가족은 지난 10일 부천의 한 뷔페에서 돌잔치를 했는데, 인천 택시기사가 부업으로 당시 돌잔치 촬영을 맡았다. 또 20일 확진판정을 받은 인천 미추홀구 인항고등학교 3학년생의 아버지(40대, 하남시 거주)도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고3 아들은 지난 6일 탑코인노래방을 다녀온 뒤 확진됐다. 같은 날 구리에서 발생한 확진자도 역학조사에서 인천 남동구를 다녀왔다고 얘기해 인천발 의심을 받고 있다. 21일 경기도에서 발생한 신규확진자 5명 중 나머지 4명은 모두 인천 학원강사 A씨로부터 확산된 확진자로 분류된다. 앞서 18일 확진판정을 받은 용인의 4살 어린이는 A씨가 탔던 택시기사와 접촉한 외손자다.
A씨는 이달 초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감염됐고 지난 9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역학조사에서 학원강사 신분을 속이는 바람에 해당 학원에 대한 방역과 역학조사가 늦어졌다. A씨의 제자와 동료, 그리고 그가 탄 택시기사 1명이 1차 감염자가 됐다. 그리고 제자들이 방문한 탑코인노래방에서 확산 범위가 넓어졌다. 21일 부천 돌잔치에서 일가족 3명을 감염시킨 택시기사 역시 이 노래방을 방문했다가 감염됐다.
학원강사 A씨로부터 감염된 확진자들이 다녀간 다중이용시설 방문자 4526명이 검체검사 대상자가 됐다. 이 가운데 3279명이 음성판정을 받았고 1237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탑코인노래방이 입주한 건물 방문자가 41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건물에는 노래방 외에도 PC방 스터디카페 등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 방문자 중 이미 10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수구의 체육시설(서울휘트니스)도 검체검사 대상이 378명이다. 다행히 이 시설에서는 관련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에는 고3 수강생도 97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 휘트니스 대표인 전웅배씨는 19일 인천시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수강생 중 1명이 탑코인노래방을 이용한 것을 알게 된 즉시 검체검사를 받도록 강력히 권유했고, 20일 새벽 이 수강생이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보건소 연락을 받은 뒤 고3 수강생 97명에게 등교하지 말고 검체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4차례나 보냈다. 또 수강생 출석부를 사진으로 찍어 인천시와 관할 보건소에 보내 접촉자들의 검체검사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수강생을 포함한 접촉자들의 검체검사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한 전웅배 휘트니스 대표의 협조가 인천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원동력"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인천시는 탑코인노래방 사례를 계기로 노래방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노래방 2362곳에는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토록 했고, 코인노래방 108곳은 모두 문을 닫도록 했다. 정부도 인천시 대책을 수용해 다른 지자체 노래방에도 같은 조치를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