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세 시대 노후생활, 스스로 준비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19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를 기초로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반대 41%, 찬성 23%다. 이 조사는'늙은 부모를 자녀가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퇴색하고 부모부양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래 한국사회에서는 평균수명의 증가, 고령화, 저출산으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노후를 맞이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기대수명 분석 결과를 보면 2030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여성 90.82세, 남성 84.07세로 남녀 모두 세계 1위다. 퇴직 후 30년이 넘는 기간을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제활동기에 축적한 자산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국내 총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15.5%, 800만명 수준이다. 1954년생부터 1975년생까지 베이비부머 세대 1500만명이 모두 65세를 넘기는 20년 후에는 그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인구는 2000만명으로 예상된다. 5년마다 시행하는 2018년 국민연금 4차 재정 추계결과에 따르면 기금 규모는 2041년에 최고 1778조원에 이르고 이후 급속히 감소해 2057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국민연금 수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추후 국민연금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단의 해법은 현재의 납부요율인 9%를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고 국민연금의 수령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고갈시점을 몇 년 늦추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경제인구가 많아져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사람이 증가한다면 국민연금 고갈을 막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계획 또한 그리 녹록지 않다.
기대수명도 세계 1위지만 저출산 또한 세계 1위다. 2019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230조원을 사용했지만 합계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0~14세 유소년인구 100명당 65세 이상의 노령자수를 나타내는 노령화지수는 2017년 100%를 넘겨 2040년에는 300%에 다다르게 된다. 유소년 100명당 65세 이상 노령자가 300명으로,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한 젊은 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인의 노후준비는 미비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수령하길 원하는 직장인에게 기대 수령액을 물었을 때, 20년 동안 월평균 133만원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수준의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2억 6904만원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대답한 이들의 평균 퇴직연금 보유액은 6104만원에 불과해 기대 수령액과 4.4배 차이가 났다.
따라서 개인은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되도록 빨리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복리를 적용받는 개인연금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현재에 대한 낙관보다는 미래에 다가올 현실을 위해 노후준비를 스스로 시작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