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ESG에 주목 | ①거대한 흐름으로 성장
코로나 위기에도 ESG 투자자금 몰려
글로벌 1분기 ESG 펀드 신규 자금 55조원
국내 ESG 채권 잔액 1년 반 사이 65배 증가
"전 세계적 위기가 착한기업 투자 더 앞당겨"
코로나 위기에도 ESG 투자금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ESG 투자시장이 확대됐다. 특히 해외시장에서는 ESG 투자가 메가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며 미국·유럽 중심의 ESG 투자가 최근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로 급격하게 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고 지난 3월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ESG 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등 전세계적인 위기가 착한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유럽 중심 급증 … 일본도 확대 추세 =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에서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착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투자를 하는 지속가능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457억달러(약 55조600억원)에 달했다. 투자분석 플랫폼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집계 결과다. 이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펀드 시장에서 3847억달러(약 463조4900억원)가 유출된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속가능 펀드 유입액이 105억(약 12조6500억원)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한해 유입액(214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서는 ESG ETF에도 115억달러(약 14조933억원)가 순유입되면서 ESG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ESG 관련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 중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수준이었으나 2018년 이후 약 40%를 차지하면서 ESG 관련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 자산규모는 2012년 13조2000억달러에서 2018년 30조7000억 달러로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큰 혼란에 빠지고 기존의 가치들을 뒤흔들자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ESG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JP모건과 골드만 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로나19 위기가 ESG 펀드에 대한 투자 추세를 가속할 것"며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사회적 혼란이 작지 않았던 탓에 착한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GSIA(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는 격년주기로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보고서 GSIR(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를 발행한다.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18년 보고서에 의하면 SRI 전략으로 운용되는 자산규모는 약 30조6830억달러로 2016년 22조8380억달러 대비 34.4% 성장했다. 글로벌 ESG 투자규모는 유럽 (46%)과 미국 (39%)이 전체의 85%를 점유하고 있어 절대적이다. 그 다음으로 일본 (7%), 캐나다(6%), 호주 뉴질랜드순이다. 일본의 경우 2016년 대비 2018년에는 307% 증가하는 등 시장규모가 현저하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ESG 채권 발행잔액 59조원 =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내 ESG 채권 발행잔액은 2018년말 대비 65배 이상 성장한 59조원 수준으로 종목 수는 413개에 달한다. 국내 ESG 채권은 2013년 달러화 채권을 시작으로 2018년 첫 원화채권이 발행됐다. 초기 공기업과 은행권 중심에서 점차 제2금융권 및 민간 기업으로 시장이 확대 중이다.
ESG는 환경 (E:Environment), 사회 (S:Social), 지배구조 (G: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장기적 생존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3 가지 주요 요소를 의미한다. ESG 투자란 ESG 측면에서 기업을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블랙록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은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25% 를 넘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화석 연료 비중이 낮은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기후 변화 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채권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회문제 해결 등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특수목적채권이다. 발행자 측면에서 장기 친환경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경영윤리, 환경·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의 평판 제고에도 기여한다. 또한 발행자의 환경 및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과 성과를 지속적·공개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의 성장가능성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ESG 채권에는 ①그린본드 ②소셜본드 ③지속가능본드 3 가지 종류가 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고효율에너지 등 친환경관련 프로젝트 투자로 사용이 제한된 채권으로 ESG 채권 중 가장 많이 발행되고 있다. 소셜본드는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사회 인프라 구축 임대주택 건설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공기업 공공기관들이 주로 발행하고 있다. 지속가능본드는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된 형태의 채권이다.
주로 발행되는 ESG 채권은 그린본드 또는 지속가능본드다. 국내외적으로 최근 환경문제 해결과 사회적 책임투자,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도 ESG펀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SG채권 선행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강력한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기관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기후정책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국내 ESG채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린워싱' 방지 위해 외부평가 필수 = 다만 국내 ESG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상황에 맞는 ESG채권 기준 및 투자 가이드라인 마련, 발행자에 대한 세금혜택, 비용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 투자자 인식 및 발행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 대형투자기관 투자 촉진 등 정부의 선제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발행대금을 환경, 사회 및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확약하는 주체가 발행자이며, 그 범위와 사업 선정 등을 정하는 것 또한 발행자의 몫이기 때문에 ESG채권이라는 개념은 다소 모호하고 자의적일 수 있다. 때문에 ESG 발행 선행국가에서는 중앙정부(주로 환경부), 거래소, 전용펀드 운용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격 평가기관을 지정하고 있으며, 시장을 촉진시키고 효과적인 관리감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린본드 시장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후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다. 외부평가기관은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고도의 전문성을 유지해야 하며, 발행자와 경제적인 이해관계나 연계 가능성이 없도록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안광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많은 선행국가에서 거래소를 통해 별도의 상장기준과 플랫폼을 마련해 투자자 및 시장참여자의 접근가능성을 높이고, 발행기업의 ESG채권 사후 집행 등에 대한 보고 및 공시도 강화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적시성 있는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ESG채권 발행과 관련한 사전, 사후 공시 가이드라인을 새로이 공표하거나, 기존 가이드라인을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ESG채권 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ESG채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적격 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제정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해외 선행 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 고유의 산업환경을 반영하고 전략적으로 중점 추진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추가로 포함시키는 등 한국형 ESG채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