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대학 손잡고 사회적경제 몸집 키운다

2020-07-02 11:19:22 게재

광진구-건대 지역특화사업

실험실서 동네문제 해결

백화점매장·재교육도 지원

"시제품 지원금이 있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어요. 통상 공공지원을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부터 해야 하잖아요."

친환경 천가방을 만드는 '세일러즈' 대표 양유정(건국대 경영4)씨는 벌써 3년째 사회적경제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동아리에서 '마을 실험실'이라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동네 문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거였다"며 "자연스럽게 사회문제를 사업으로 풀어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가 건국대와 손잡고 사회적경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사회적기업 20개, 마을기업 5개, 사회적협동조합 20개 등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김선갑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힘을 싣고 있다. 김 구청장은 서울시의원 시절 '서울 사회적경제에서 희망찾기'라는 책을 출간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광진구와 건국대가 지역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류석희(왼쪽) 교수가 학생들과 관학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광진구 제공


지난해 4월 사회적경제 민·관·학정책실무단을 꾸리고 연말에는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를 확장 이전, 거점을 마련했다. 기업 입주는 물론 교육이나 상담자문이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 저렴한 공유사무실을 마련하고 '찾아가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2018년 시제품 제작을 위한 비용 지원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백화점과 협업해 사회적경제기업에 임시 매장을 제공하고 있다.

광진구는 특히 성과 위주가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백경희 사회적경제팀장은 "대학 입학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창업 구상과 기업성장 판로지원 등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와 손잡고 진행하는 지역특화사업 핵심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실이다. 사업구상을 공모,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상표 개발과 판로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윤종혁(축산식품생명공학과 석박사 과정)씨도 양유정 대표처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대학원 수업을 하다 건강문제를 식품구성으로 푸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는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으로 대체하는 실버푸드를 구상 중"이라며 "지역 취약계층에 공급하면 사회적 이득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류석희 창업교육 전공 교수는 "경영부터 법률까지 최대한 지원하는데 3년간 10개 이상 사업자가 탄생했다"며 "광진은 비과세 지역이 많다지만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지역 주민들에도 열려있다. 대표부터 근로자까지 대상으로 하는 재직자 교육이 대표적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이나 일반 기업과 다른 리더십 등 교육과 함께 시제품을 제작하도록 지원도 한다. 김성희 에듀툴킷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수익보다 구성원을 먼저 챙기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기업 맞춤형 교육이라 큰 도움이 됐다"며 "일반 기업과 달리 일어서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해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무공간과 목돈을 빌릴 수 있는 기금, 분야별 네트워크와 행정·홍보 인력 공유 등도 희망사항이다.

광진구는 이밖에 대학 기술이전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창업동아리 연계 등을 통해 다양한 기업을 발굴하고 주민들이 소비·체감하는 사회적경제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성 자생력을 겸비한 기업 유입으로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사회적경제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며 "사람 중심의 경제가 깊이 뿌리내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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