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독립기념일 후폭풍 '제2의 대재앙' 공포 엄습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제2의 대재앙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
감염자가 7월 1일 5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2일에는 5만5000명, 3일에는 5만7000명까지 기록을 갈아치웠고 4일 독립기념일에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5만1000명으로 여전히 5만명을 넘겼다.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39개주가 감염자가 증가하는 지역으로 꼽힌 반면에 줄어드는 지역은 단 두 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남부에서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조지아, 노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부에서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15개주는 감염자들이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증으로 발병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대폭 늘어나 치료시설, 의료진, 장비와 물자 소진에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전야에는 사우스 다코다 마운트 러시모어에서, 당일에는 워싱턴DC 내셔널 몰과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수천,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불꽃놀이 축제를 강행했다. 경보를 완전 무시하고 정반대의 마이웨이를 고집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한달 동안 어떤 사태를 불러오고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상반된 독립기념일 행사 '트럼프 백악관만 축제' = 7월 4일 244주년 독립기념일을 보낸 미국에서는 트럼프 백악관과 다른 지역이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미 전역에서는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바비큐 파티 등 거의 대부분 취소 또는 축소됐다. 워싱턴DC 등에서 퍼레이드는 일찌감치 취소됐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는 미 전역에서 80% 이상 취소된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뉴욕시에서는 대규모 군중들이 몰려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1시간짜리 대형 불꽃놀이 대신에 5분짜리 불꽃놀이쇼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6곳에서 실시하는 새로운 형태를 취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행사를 그대로 강행했다. 트럼프 백악관에서는 4일 저녁 사우스 론에 수백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놓고 수만명이 몰려든 내셔널 몰 상공에서 펼쳐진 시범비행과 1만발이나 쏘아 올린 불꽃놀이 축제를 강행했다. 백악관 사우스 론에 초대받은 수백명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6피트(2미터)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고 발열검사 조차 실시되지 않았다.
내셔널 몰에서는 연방공원경찰이 마스크 30만장이나 무료 배포했다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수많은 군중이 몰려들었으나 불꽃놀이가 펼쳐질 때에는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수천명의 항의시위대들이 내셔널 몰 앞에서 인종편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맞불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중무장한 경찰이 강제로 분리시키는데 애를 먹는 분위기였다.
하루 전날인 3일밤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사우스 다코다주의 마운트 러시모어 국립기념 공원에는 7500명이나 몰렸으나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는 완전 무시됐다.
공중건강 책임자들과 각 지역당국의 강력한 경고와 제한조치 재부과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인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 때문에 독립기념일 후폭풍으로 제2의 코로나 대재앙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메모리얼데이 이후 6월 감염자 급증 = 미국에서는 이미 5월 25일 메모리얼데이 이후 6월 한달 동안 하루 감염자들이 두 배나 급증하는 바람에 제2의 확산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7월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됐는데도 독립기념일에 워싱턴DC에서 경고를 일축했기 때문에 후폭풍이 극히 우려되고 있다. 미국 전체의 하루 감염자는 6월 1일 2만여명이었으나 7월 1일에는 5만명을 넘어서 2배 이상 급증했다. 7월 들어 미국 전체의 하루 감염자들은 워싱턴 포스트의 집계에서 1일 5만명을 넘은데 이어 2일에는 5만5000명, 3일에는 5만7000명까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다가 4일에는 약간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5만1000명을 기록했다.
특히 하루 감염자들이 연일 급증하고 있는 주지역들은 뉴욕 타임스 집계 결과 남부에서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노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부에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39개주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감소세를 유지하는 지역은 뉴햄프셔와 로드아일랜드 등 단 두 곳으로 급감했고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욕, 뉴저지, 워싱턴DC 등 10개주들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의 경우 하루감염자가 7월 1일 1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4일에는 1만1500명을 기록해 6월보다 15배나 급증했다. 텍사스는 1100명에서 8100명으로 8배가량 늘어났고 조지아는 700명에서 2300명으로 3배 이상, 캘리포니아는 6월 1일 2500명이었다가 7월 1일에는 7600명으로 3배나 크게 늘어났다.
더욱이 텍사스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15개주는 중증으로 발병해 입원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병원침상, 집중치료시설, 의료진, 장비와 물자 등의 소진으로 초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인 텍사스 휴스턴 메디컬 센터는 입원환자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ICU(집중치료시설)가 100% 풀가동하는 상태이고 애리조나도 집중치료시설의 90%인 것으로 보고됐다. 7월초 현재 미국의 누적 확진자들은 284만명, 누적 사망자들은 1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각주 오픈 확대 중지, 강제격리 등 제한조치 재부과 = 감염자들과 입원환자들까지 급증세를 보이자 각주 정부들이 오픈 확대를 중지, 동결시키거나 아예 해제했던 제한조치들을 다시 부과하고 있다. 또한 위험지역 출신들에 대해서는 14일간 격리 조치하는 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완강하게 거부해온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한 공화당 주지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텍사스의 공화당 출신 주지사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 시킨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출신 주지사는 전체 인구의 70%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등 19개 카운티에서 식당 실내 식사와 술집 영업을 다시 금지시키고 독립기념일 연휴 해변을 전면 폐쇄하진 않되 공용 주차장을 통제했다. 애리조나주는 술집과 실내운동시설, 극장을 30일간 폐쇄키로 했고 뉴욕시는 당초 6일부터 허용하려던 식당 홀 식사를 보류하고 계속 불허하기로 했다.
◆공중보건 책임자들의 경고, 트럼프는 일축 = 앤서니 파우치 국립전염병 연구소장은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 신규 감염자 급증세를 통제하지 못하면 미국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경고를 일축하고 워싱턴DC와 사우스 다코다 마운트 러시모어에서 수천, 수만군중이 운집한 독립기념일 행사를 강행한 것이어서 7월 중에 신규 감염자들이 더욱 급증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백신개발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아 있음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에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미국에선 올 연말보다 훨씬 빨리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파우치 박사와 스티븐 한 FDA(식품의약국) 국장 등 공중보건 책임자들은 "백신은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백신 임상실험과 시중이용 등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는 FDA의 스티븐 한 국장은 "4개의 백신후보들에 대한 임상실험을 승인했으며 그중 2종류는 대규모 실험이 7월에 실시될 것"이라고 밝히고 "여전히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코로나백신 후보들 140여개 중에서 50% 정도의 항체생성 효과만 보이더라도 신속승인해 사용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절반의 효과만으로도 긴급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이 올가을이전에 이용된다면 코로나19 퇴치와 불경기 탈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고 이는 자신의 재선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므로 11월 3일 대선 이전에 이뤄지도록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