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복판에 격리시설 코로나 마을로 낙인찍혀”
용인 해외입국자 시설 논란 … 주민들 열흘째 집회
“격리자들 담배꽁초 던지고 밤에 돌아다녀 불안해”
중앙사고수습본부 “주민들 우려 인지 … 소통하겠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해외입국자 격리시설 운영을 놓고 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도 용인 지역에서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 두 곳을 해외입국자 격리시설로 지정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과 상인들이 열흘째 집회를 열며 격리시설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7일 경기도 용인시 전대리 상인회 등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로 지정된 라마다 용인호텔과 골든튤립호텔 앞에서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이 지난 달 27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호텔 주변 상점에는 '중앙대책본부는 전대리 외국인 격리시설을 즉각 폐쇄하라. 라마다·골든튤립 호텔은 외국인 격리시설을 중단하라'는 현수막과 호소문이 걸렸다.
이들은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의 필요성은 안다”면서도 “그러나 노인회관과 유치원이 바로 앞에 있고 뒤에는 주택가, 근방 300미터 이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이곳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라마다·골든튤립 호텔 정문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어린이집이 위치하고 있다.
집회에 나선 주민들은 일부 격리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전대리 전체가 코로나 마을로 낙인찍혔다고 주장했다. 차기천(전대리 상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씨는 "격리자들이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밖으로 던지고 침도 뱉는다. 심지어 밤에는 건물을 나와 마스크 없이 밖을 돌아다녀 경찰이 잡으러가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있다”면서 “이런 소문이 퍼지자 마치 이 근처에만 와도 코로나19에 걸릴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인근 상인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숙박업을 하고 있는 차씨만 해도 코로나19 이후 기존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는데 라마다호텔 등의 격리시설 지정 이후에는 더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차씨는 “호텔측에서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정부측에 격리시설 신청을 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들었다”면서 “호텔의 숨통은 트였는지 몰라도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마을 한복판 호텔이 격리시설 지정 신청을 했다고 해서 받아준 정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용인시와 상인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초 용인 라마다호텔과 골든튤립호텔 등 2곳과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수용시설 계약을 체결, 지난달 11일부터 해외입국자 격리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두 호텔에는 약 700명 이상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리에 40년 이상 살아온 한 주민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피해를 용인시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용인시에서는 자기들도 몰랐던 일이라며 발뺌하는 분위기”라면서 “용인시는 몰랐다고 빠져나갈 것이 아니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주민들과 용인시와 중앙사고수습본부, 라마다호텔 등 관계자들은 6일 오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주민들은 △격리시설 즉각 폐쇄 △대체 격리시설 마련 △격리자 현황과 퇴원 일정 등의 투명한 공개 △방역 철저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용인시 관계자는 6일 “지자체에서는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과 불만 등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고 국내 입국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항에서 이동이 용이한 인접지역에 입국자 관련 임시시설을 배치하다보니, 시내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시설과 인접해 생활하시는 시민들의 우려는 이해하고 있다. 용인지역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원활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