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 확보, 병상 해결 관건
수도권 환자 급증, 중증환자 병상 7개뿐 … 대기업 연수원, 경증환자 치료센터로
수도권 병상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업 연수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 붕괴 사태를 막으려면 중환자용 병상은 물론 중·경증 환자를 분리·치료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함께 현재 직면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핵심 과제는 병상 확보다. 가을철로 예상되는 2차 팬데믹은 병상 확보의 시급성을 더한다.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창궐할 경우 현재 의료 시스템으론 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코로나19 공동대응 상황실·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산소치료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위중·중증 환자는 지난 19일만 해도 12명이었으나 25일 38명으로 늘어나는 등 1주일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이유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적절히 옮기면 병상 확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환자실 환자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계에선 위중하지 않은 환자도 전원하려면 적어도 1주일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방역당국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금 고비에서 억제하지 못하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접어들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환자 진료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바로 초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대기업 연수원을 수도권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시설을 활용, 경증환자 치료·완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생활치료센터에는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입소한다. 신천지로 인한 대구 환자 폭증 당시 생활치료센터는 의료 파국을 막은 일등공신이다. 한때 2000명 가까운 환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집에 머물렀고 가족간 감염이 확산될 위기가 초래됐다.
전문가들은 선별검사소와 함께 생활치료센터를 K방역 핵심으로 꼽는다. 유럽 등 서방선진국에서 수만명씩 사망자가 발생한 배경에 의료 붕괴가 있고 그 가운데 핵심은 환자 분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기업들은 방역당국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응할 방침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연수원을 제공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구 신천지 사태 당시 금융회사들이 연수원 등을 제공했던 것처럼 비상사태에서 금융권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보험·생보사 측도 "당장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시급한 또다른 이유는 환자 급증 속도가 센터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공무원 의료진 등 준비인력이 투입돼 잠금장치, 병상 준비, 방역 등을 마치기까지 3~4일이 걸린다. 특히 의료인력 파견이 중요하다. 현재 주요 대형병원 중심으로 생활치료센터 추가 지정에 따른 인력 지원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기업과 대형 병원, 국민이 손을 잡고 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난 극복 동력을 모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과 금융기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만큼 선제적으로 나서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