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조치가 코로나 제로 비결"
윤상기 경남 하동군수
28일 윤상기(사진) 경남 하동군수를 만났다. "서울에서 온 사람은 만나면 안되는데…" 윤 군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첫 말을 건넸다. 하동군은 경남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청정지역'이다(8월 31일 현재).
'비결이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윤 군수는 "운도 좋았지만 선제적 대응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윤 군수 설명에 따르면 하동군은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다음날 상황실을 설치했다. 예비비를 털어 살균 부스 10대외 액체소독기 10대도 구입해 버스터미널 장터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했다. 당시에는 신천지 사태 전이라 경각심이 별로 없을 때였다. 또 하동군은 어린이용 마스크 1만장과 성인용 30만장을 미리 구매해 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에 나눠줬다. 윤 군수는 "하동군에서는 마스크 사기 위해 줄 선 적이 없다"고 했다.
하동군은 외국 입국자에 대해 인천공항까지 보건소 엠브란스를 보내 자가까지 이송했다. 이러다 자가격리가 가족간 감염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군 소유 유휴기숙시설을 제공했다. 숙박비용도 50%까지 지원했다.
하동군 인구는 4만5000여명이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윤 군수는 "화개장터, 섬진강 벚꽃길, 지리산 등반객 등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며 "이들은 대상으로 초기부터 체온측정,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켰다"고 했다.
한 예로 하동 쌍계사로 이어지는 섬진강 벚꽃길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축제는 취소했지만 도로따라 벚꽃구경 오는 상춘객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하동군은 이들에게 마스크를 나워주고 길목마다 손소독기, 열화상기를 설치하고 거리두기를 독려했다. 화개장터 상공에는 아예 드론을 띄워 소독제를 뿌렸다. 양귀비 축제 때는 우산을 나눠줘 자연스레 거리두기가 이뤄지도록 유도했다.
하동군 보건관계자는 "윤 군수가 축산 전문이라 방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선제적 조치가 가능했다"고 귀뜸했다. 윤 군수는 대학에서 축산과를 나왔다. 그가 합천 부군수 겸 군수 권한대행 시절 일화 한토막. 경남 합천군은 경북 고령군과 인접해 있다. 당시 고령에 구제역이 발생해 합천도 비상이 걸렸다. 윤 군수는 즉각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소독 필증이 없으면 차량과 사람을 통제하는 등 엄격한 방역을 실시했다. 결국 소 한마리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았다.
하동군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13개 읍·면 마을별로 170개 자율방역반을 구성해 휴일도 없이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가격리에 이탈한 사람이 있으면 이웃들이 먼저 나무라고 신고 할 정도다. 윤 군수는 "군민이 자율적으로 방역에 앞장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선제 대응한 점이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