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중소기업 갈 길을 묻다│② 한정화 한양대 특훈교수

"실용주의·실사구시 정신으로 정책과 전략 짜야"

2020-09-02 00:00:01 게재

기업은 기업가정신 발휘할 때 … 정부, 정책으로 과도한 시장주도 경계

대학의 연구성과물 사업화 제고, 재도전지원법 제정해 재창업 환경 구축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산업과 경제에 뉴노멀(New Normal)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비상상황이다. 특히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미래가 암담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만 한다. 내일신문은 코로나19시대에 중소기업 생존방법의 지혜를 얻기 위해 중소기업 전문가 인터뷰를 연재한다.


"경제문제는 실용주의와 실사구시 정신으로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앞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도 여기에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6일 한양대 경영대학 연구실에서 한정화 특훈교수를 만났다. 한 교수의 첫마디는 '실용주의'와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 소통하고 현장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말에는 최근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선의로 출발한 정책들이 현재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정책, 경제정책, 노동정책 등이 오히려 경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고 생각한다.

한정화 한양대 특훈교수가 지난달 26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중소벤처기업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역사적 사례로 중국 마오쩌둥의 참새박멸 작전이다. 인민의 식량증진을 위해 참새박멸에 나섰는데 다음해 쌀농사는 대흉작이었다.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벼를 갉아 먹은 것이다. 인민을 위한 일이 인민 2000만명 이상을 굶어죽게 한 사건이다.

"모든 결정에는 좋은 점도 있고, 부족한 면도 있다. 어떻게 하면 나쁜 점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좋은 점을 극대화할까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위해 실사구시 정신과 태도가 필요하다."

한 교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혁신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업가형대학 도입과 재도전지원법 제정이다. 대학의 연구개발 결과물을 사업화로 연결시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창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한 교수는 1990년대부터 국내를 대표하는 중소벤처기업분야 학자다. 2013년 제13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부임했다. 재임기간이 1033일로 역대 최장수 중기청장으로 기록됐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제정, 공영홈쇼핑 개국,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 성과보상기금인 내일채움공제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세계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앞길이 매우 불투명하다. 허나 지난 50여년간 매년 위기는 찾아왔고, 우리는 극복하며 성장해 왔다. 기업에게는 기업가정신, 도전정신이 더욱 필요한 때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이때 정부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이 잘 뛸 수 있도록 의욕과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유래없는 상황에 직면한 지금 정부는 기존 질서와 규제를 고집하면 안된다.

■ 정부역할을 강조하는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중국지도자 마오쩌둥의 참새박멸 작전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처음에는 무주택자에게 집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출발했다. 하지만 비즈니스로 욕심을 내 신용창출이 과도해졌다. 탐욕과 무지가 결합돼 재앙으로 끝났다. 위기상황일수록 정부정책 영향이 큰 만큼 실사구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 노동정책은 방향은 좋았으나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부동산정책도 청년층의 내집마련 꿈에 절망을 안겨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정부정책에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정부는 두 가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는 국민총생산(GDP) 3만달러의 착각이다. 3만달러 기준에 놓고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명목GDP는 1/3 정도 디스카운트(감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외수출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수출을 많이해도 내수와 연결이 안된다. 수출의 고용유발효과가 최근 20년 사이에 1/5로 줄었다. 이와함께 교육비와 주거비 비중이 높고, 생계형 자영업자도 많다. 선진국 GDP 3만달러 상황과 우리나라 현실과 차이를 인식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정부의 두번째 착각은 무엇인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제도를 바꾸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는 시각이다. 시장은 인간의 욕망이 모여있는 곳이다. 선악으로 이것을 판단하면 안된다. 현실을 이념의 잣대로 판단하면 정책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은 버티기로 들어간다. 구조조정은 방법 중 하나다. 몸집을 줄이고, 우선 현금확보에 나선다. 그리고 시장이 열릴때까지 기다린다. 결국 일자리는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은 매우 커진다.

■ 앞으로도 이런 위기는 계속 있을 것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창업벤처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단단한 창업벤처기업들이 많아져야 우리경제가 튼튼해진다. 생태계 구축 일환으로 대학 연구개발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의 연구개발 성과물이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평가시스템이 바꾸고, 대학은 '기업가형대학'으로 전환돼야 한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가고 있는 길이다. 대학이 기술이전도 하고, 스타트업도 하고 그 성과를 다시 대학이 받아 재정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최근 재도전지원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창업에 뛰어든다. 우리가 경쟁하는 곳은 실리콘밸리, 중관춘, 베를린, 런던 테크시티 등이다. 우수한 창업환경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신용불량은 막아야 또다시 도전할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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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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