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치료 거점-생활치료센터를 가다
"야전병원 하나 짓는 셈 … 침대시트 등 환자 사용품 전량 소각"
네트워크 공사, 검체채취실, 가벽 설치 등 시설 변경
의료진과 환자 철저 차단, 곳곳 임시벽 설치해 동선 구분
응급시 병원 이송, 입소 10일 뒤 음성 판정 받아 퇴소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도심집회 참가자 등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치료할 병상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생활치료센터는 중증환자와 경증 환자를 분리하기 위해 무증상·경증 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곳으로 비상 시에 운영되는 의료시설이다. 병상 부족 해결을 위해 최근 대기업들이 자체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키로 하면서 숨통을 텄지만 여전히 비상시에 대비한 시설 확보가 요긴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턱 밑까지 파고든 지금, 나와 내 가족이 묵게 될 수도 있는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활치료센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다. 방역당국 협조를 얻어 구체적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내부 시설공사가 한창인 수도권 모 생활치료센터를 찾아갔다. 생활치료센터 설치 과정 등 세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수원, 의료시설로 탈바꿈 = 생활치료센터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감염병 확진자들이 입소하는 시설인 만큼 의료시설로 완전히 탈바꿈 시켜야 한다. 공사만 10여개에 달한다. 입소자들이 지루한 숙소 생활을 견딜 수 있게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도록 와이파이 망을 증설한다. CCTV도 보강해야 한다. 환자 이동 동선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복도 모든 방향에서 촬영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구축한다.
의료용 망도 구축해야 한다. 생활치료센터는 센터마다 지정병원이 매칭돼 있다. 본 병원과 분리된 임시 병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고 건강보험공단 DB에도 환자를 등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정병원과 생활치료센터 간 연결망이 필요하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로 불리는 전자의무기록에 환자 데이터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치료센터에는 의료시설이 필요하다. 입소 환자들 검사와 병상 호전 상태 체크를 위해서다. 검체채취실, X-Ray실 등이 숙소 공간과 별도로 만들어진다. 검체 채취실에서는 보건소나 병원과 같은 선별 진단검사가 이뤄진다. 중대본 환자관리지침에 따르면 무증상·경증 환자는 확진 후 10일 뒤에 생활치료센터를 퇴소(퇴원)할 수 있다. 중증이나 중등증 환자는 확진 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다.
증상이 없을 경우 입소 후 열흘이면 퇴소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확진 후 7일이 경과한 뒤 검사를 받아야 한다.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검사를 실시한 뒤 모두 음성 판정을 맏아야 퇴소할 수 있다. 만약 증상이 있으면 10일 후 72시간을 더 관찰한다. 해열제 없이 3일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때 퇴소한다. 이때 증상이 악화되면 즉각 병원으로 이송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무증상과 유증상자 간 바이러스 방출량은 크게 차이가 없다. 증상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생활치료센터에서 2인 1실을 운영하는 근거다.
센터 설치 시 가장 중요한 일은 동선 분리다. 환자와 의료진 간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센터 설치 시 꼼꼼한 동선 설계에 따른 가벽 설치 공사가 수반된다. 환자가 이동하는 동선, 의료진과 운영진이 움직이는 동선을 가벽으로 완전히 분리, 접촉지점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센터 한 곳당 50여명 인력 투입 = 센터 설치가 끝나면 입소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센터의 경우 환자들마다 10일간 쓸 수 있는 생활용품 꾸러미가 제공된다. 센터에선 환자복이 아닌 평상복이 허용된다. 물품꾸러미에는 갈아입을 옷을 포함, 칫솔 손톱깎기 비누 수건 등 36가지 물품이 들어있다. 치료기간 무료함을 달랠 수 있게 게임도구도 제공한다.
센터를 운영하려면 수십명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 의료진이 우선이며 여기에 행정지원을 담당할 공무원과 기타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의료진은 의사 1인, 간호사 2인이 24시간 상주한다. 이를 위해 3교대 혹은 4교대 근무가 이뤄지며 이에 필요한 의료인력만 통상 15명이 투입된다.
공무원들도 동원된다. 서울시의 경우 총무과와 인력개발과를 중심으로 지원을 받아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200개 병실을 기준으로 25~30명 직원이 필요하며 통상 주민 반발을 없애기 위해 격리된 시설에 센터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센터에 머무는 직원들은 아침 저녁 숙소를 점검하며 환자 편의를 위한 응대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기타 지원인력도 필요하다. 응급상황, 최근 잦아진 환자들 일탈 및 의료진 보조를 위해서다. 일반적으론 간호조무사들이 투입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인근 군부대에서 파견 지원도 받는다. 지난주 서울 은평소방학교에 설치된 서울시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군 인력을 지원받기도 했다.
◆접촉 차단, 물품 교체 = 센터 방역은 시설을 제공한 기업들과 신뢰 구축은 물론 새로 입소하는 환자들을 위해서 운영진이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다.
중대본 지침상 환자들이 사용한 침대시트 등은 빨래·소독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환자 퇴소 후 가전제품, 책상, 전화기 등을 제외한 전체 물품을 소각, 폐기한다. 센터 설치 업무를 담당하는 임승철 서울시 총무과 통신팀장은 "재사용해도 되겠지만 환자와 환자를 입소시킨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어려운 여건에서 연수원을 센터로 제공한 기업 측도 불안하지 않도록 전량 소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사용한 물품은 모두 의료페기물로 분류된다. 전문폐기물 업체에 의뢰해 정해진 이동동선을 따라 운반, 수거한다.
◆수억원 예산, 수십명 직원 투입 = 벌써 8개째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통상 2주가 소요될 센터 설치 전 과정을 3일이면 완성하고 있다. 환자 치료가 긴급한 상황에서 앞뒤 가릴 틈이 없기 때문이다. 확진 받은 환자가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할 경우 가족 감염 등 추가 감염 우려가 확산된다. 생활치료센터는 이들 무증상·경증 환자들이 확진 즉시 입소할 수 있게 준비돼 있지 않으면 안된다.
3일, 긴급할 경우 2일 이내에 설치와 담당병원 지정, 인력 확보 등을 마치기 위해 밤샘 공사도 다반사다. 하지만 설치보다 운영진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입소자들의 비협조다. 3,4월에는 보이지 않던 입소자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최근 광화문집회 이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진을 어렵게 하는 것은 기기 파손, 소란행위, 환자 간 갈등 등 숙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입소자들은 모두 확진자들인 만큼 환자 방에 들어가려면 레벨-D급 방호복을 입거나 최소한 안전보호 4종세트를 갖춰야만 가능하다. 한번만 방에 찾아가려해도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국민 세금 수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수십명 인력이 동원되는 만큼 환자들이 협조해주길 거듭 당부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더 많은 생활치료센터가 필요하다. 환자가 급증한 뒤 센터로 쓸 만한 곳을 찾아 나서고 이처럼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쳐 한참 뒤에 센터를 만들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방역당국이 눈 앞의 확진자 수에 안심할 수 없다며 치료시설 확보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때로는 완성해놓은 치료센터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센터 설치 업무를 맡고 있는 한철민 서울시 주무관은 "며칠 밤 지새워 센터를 완성하면 야전병원 하나 지은 것 같은 뿌듯함도 느낀다"면서도 "공들여 만든 센터지만 속으론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만큼 환자 수가 줄었다는 뜻일테니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