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달라진 지자체 축제 풍경

2020-09-29 10:30:29 게재

1만6천명 참여한 '가상 거리행렬'

마라톤은 혼자 뛰고 앱으로 인증

지난 27일 폐막한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문화제. 지난해까지 연기자를 비롯해 주민 1000여명이 올림픽로를 가득 메우던 역사문화거리행렬이 올해는 가상공간에서 구현됐다. 1만6000여명이 실시간 접속해 한성백제시기 왕과 장군 백성 등을 연기했다. 현장 거리행렬과 비교해 참여자가 16배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자체들이 봄과 가을에 열어왔던 대표축제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자치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축제를 성공시켜 눈길을 끈다. 거리행렬 무대를 가상공간으로 옮기고 혼자 뛰는 마라톤 등 현장행사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행사를 더한 형태다.

전국 초중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그림에 담아 4.19 국민문화제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사진 강북구 제공


송파구는 23일 개막해 5일간 이어간 한성백제문화제로 코로나시대에 걸맞은 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한다. 거리행렬은 가상공간에서 진행한 반면 어린이들에 인기를 끌었던 한성백제체험놀이는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미리 신청한 어린이들에 체험 꾸러미를 배송, 유튜브 진행자와 함께 만드는 방식이었다. 소서노와 온조 블록놀이, 한성백제 스티커로 예술 책 만들기 등에 1000여명이 사전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무엇보다 한성백제 마라톤대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 눈길을 끈다. 하프코스와 10㎞ 5㎞ 3개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대회 날짜와 시간은 참가자마다 다르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참여하되 기록을 측정하는 앱을 이용해 출발·도착 시간과 경로가 표시된 화면을 누리집에 게시하도록 했다. 기간 내 송파둘레길 일원을 3㎞ 이상 통과하면 된다.

송파구는 한성백제문화제 대표 행사인 거리행렬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했다. 실시간 접속자가 1만6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송파구 제공


송파구는 올해 행사 성과에 힘입어 내년 한성백제문화제와 석촌호수 벚꽃축제까지 비대면과 대면을 병행한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2020 한성백제문화제는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디지털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올해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내년에는 백제문화권 도시들과 힘을 모아 '2021 대백제전'을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는 세계적 축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4.19혁명 60주년 기념 국민문화제를 연중 진행하고 있다. 통상 4.19를 전후해 사흘간 행사를 집중했는데 가을로 연기하면서 각종 행사를 비대면과 대면 혼합방식으로 바꾸었다. 전국 초·중학생들이 참여하는 그림 그리기 대회는 사회적관계망을 통해 공유했다. 특히 개학이 연기되면서 '집콕'에 지친 아이들 호응이 컸다. 부정선거와 최루탄에 박힌 순국열사를 생각하며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손'을 그리거나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시계를 '민주주의'로 표현하기도 했다.

북장단에 맞춰 4.19혁명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노래하는 전국 창작판소리,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대학생들의 토론대결 등 몇몇 행사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국민문화제 진행방식이나 장소 시간과 무관하게 4.19혁명 60주년을 기념하고 혁명의 가치를 되새긴다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며 "온라인·비대면으로도 1960년 민주화를 위해 뜨겁게 불타올랐던 선열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로구는 'G페스티벌'을 온라인 잔치이자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는 치유축제로 바꿨다. 축제기간을 9월 한달로 늘리고 사회적관계망을 활용해 주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도록 했다. 유튜브 공모전, 노래방 어플을 이용한 노래자랑 등과 함께 동별 주민잔치도 영상으로 선보였다.

강동구는 10월 5~11일 선사문화축제를 비대면·온라인으로 치른다. 5일 선사빛거리 점등식은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원시인 삶을 엿보는 '신석기 고고학 체험'은 6~11일 영상으로 대체한다. 초등학생 퀴즈대회와 미용사 축제인 헤어쇼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폐막식 '이음식'은 주민 600여명이 대형 화면에서 하나되도록 꾸민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흩어져야 사는' 코로나시대에 맞게 주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었다"며 "공동체를 느끼고 코로나19를 극복할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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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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