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중소기업 갈 길을 묻다│④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창업가 외롭게 해선 안돼 … 잘못된 규제 나라 망친다"

2020-10-07 00:00:01 게재

국내 온라인 비즈니스 '1세대 맏형' … AI시대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 요구

기업가정신포럼 2년째 운영 … 선배 기업인이 1년간 스타트업 조언 역할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개인 일상은 물론 산업과 경제에 뉴노멀(New Normal)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비상상황이다. 특히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 미래가 암담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만 한다. 내일신문은 코로나19시대에 중소기업 생존방법의 지혜를 얻기 위해 중소기업 전문가 인터뷰를 연재한다.


"젊은 창업가를 외롭게 두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들은 한국의 미래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28일 국내 온라인비즈니스 1세대 맏형을 찾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고희(古稀)을 앞두고도 여전히 열혈 청년이다.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린다. 열정이 온 몸을 감싸고 있다. 얼굴은 연륜이 빚어낸 여유로움과 달관(達觀)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금룡 (사)도전과나눔 이사장이다.

요즘 그의 관심은 '스타트업'과 'AI'(인공지능)에 꽂혀있다. 스타트업과 AI를 소홀히 하면 우리 사회가 암울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력있는 청년 스타트업이 많아야 우리사회의 미래가 밝다. AI는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로 이미 우리 생활과 깊숙이 개입돼 있다.

그의 관심은 지적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 수많은 강연에서 자신의 주장을 거리낌없이 펼친다. '도전과나눔'을 통해 청년 스타트업 후원조직을 구축했다. 청년 스타트업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었다.

"젊은 친구들이 큰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거다.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으면 나라도 희망이 없다. 희망없는 젊은이를 만드는 것도 결국 기성세대 책임이다."

쟁쟁한 인물들이 그의 생각에 공감하며 후원그룹에 참여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 민남규 자강산업 대표, 이윤재 지누스 회장,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한재권 조인 회장, 김영철 바인그룹회장,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최정현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다. 이들은 1년간 후배 스타트업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역할을 맡는다.

후배 창업가를 위해 규제혁파 행동대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올 1월 배 벤처기업인들과 규제개혁당을 만들었다. 비례의석을 확보해 기업생태계를 저해하는 규제들을 직접 해소한다는 계획이었다. 비록 국회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발표한 규제개혁당 비전에는 그의 포부와 의지가 담겨있다. △포지티브 규제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 △혁신가들이 꿈꾸고 실현할 수 있는 환경조성 △젊은세대 실험과 도전의 기회 제공 등이다.

"제도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들은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선배 기업인들이 후배들을 위해 해줘야 할 의무다."

AI(인공지능)시대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답답하다. 정부정책이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AI다. 문제는 AI 관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SW설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는 오래 전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의 '소프트웨어 10만 양병설' 주장을 꺼내 들었다.

그는 민간운영의 '1년짜리 단기 전문가과정'을 제안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무역아카데미가 있다. 무역아카데미의 취업연계 교육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학경쟁도 치열하고 빡세게 공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과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요구가 거세다. 의지있는 청년들을 교육시켜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가 이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려있다. 곁으로 세는 법이 없다. 세상을 미리 내다보며 경영의 큰 그림을 실현시킨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다.

그는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이사 재직 시 할인점시장을 예측하며 삼성홈플러스를 기획했다. 인터넷 경매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1999년 옥션 CEO로 취임해 옥션을 성장의 반석에 올려 놓았다. 코이베이로 매각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현재는 스타트업의 해외연계를 위해 코글로닷컴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 경영일선을 떠난 뒤 스타트업 후원활동에 전념하게 된 이유는.

기업가는 매우 외롭다. 우리가 모두 겪은 일이다. 이제 후배 기업인들을 외롭지 않도록 해야 한다. 후배 청년 스타트업들이 기업현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싶다. 선배 기업인들이 해야 할 몫이다.

■ 도전과나눔은 어떤 곳인가.

'도전과나눔'의 전신은 '창조와혁신'이다.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현명관 회장이 주축이 돼 젊은이들에게 기존 세대의 경영 노하우를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단체다. 현 회장의 권유로 2017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고, 후배와 나눔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도전과나눔'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 도전과나눔에서 운영하는 기업가정신 포럼 운영방식이 남다르다.

우리 포럼의 정신은 '나눔테이블'에 있다. 나눔테이블은 선배 기업인이 한 테이블 좌석을 구매한다. 1년간 1좌석 당 100만원 가량이다. 한 테이블당 8명이다. 선배들의 후원으로 8명의 후배 스타트업들이 무료로 포럼에 참석한다. 데이블이 지정되면 1년간 바뀌지 않는다. 선배 기업인과 12개월간 만나며 고민을 나누고, 조언받는 시간이다. 후배 스타트업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 최근 디지털뉴딜에 대한 생각은.

요즘 눈만 뜨면 이야기하는 4차산업혁명, 디지털경제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준비된 사람이 공급돼야 산업이 돌아가고, 경제가 살아난다. 정부 관심은 기반시설에 있지 사람 양성에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 규제혁파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라의 운명은 '제도'에 달려있다. 규제개혁당을 추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열심히만 해도 경제가 성장했고 먹고 살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시대다. 새로운 분야를 먼저 개척해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그런데 제도는 여전히 과거 진행형이다. 규제가 퍼스트무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걱정이다.

["코로나19시대, 중소기업 갈 길을 묻다" 연재기사]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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